궁보무사 <146>
궁보무사 <146>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6.08.1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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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들이 우리를 이곳에다 생매장이라도 한다는 건가"
38. 소용돌이 속에서

"아! 아!"

그러자 바로 옆에 있던 그의 동료들이 몹시 짜증스러워하는 눈빛으로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 데려온 명기 값으로 생각보다 많은 재물을 얻게 되었으니 이제 그만 돌아가자는 동료들의 의견과 여하한 일이 있더라도 꼭 돌아가야만 한다는 봉명의 경고 비슷한 말을 무시한 채 기왕에 돈을 벌고자 여기까지 애써 찾아왔으니 조금만 더 챙겨가지고 돌아가자며 부득부득 우겨서 이들을 팔결성으로 데려왔던 이가 바로 강치였다. 그러니 강치를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이 고와 보일 리 없었다.

"남의 계집 구멍 가지고 장난질 치는 놈치고 나중에 크게 후회하지 않을 놈 없다더니만 바로 지금 우리가 그런 꼴이 아니겠는가! 이거 큰일 났어! 아무래도 예감이 어째 이상해!"

강치가 몹시 심각한 표정으로 자기 동료들에게 말했다.

"왜"

"이런 웅덩이를 깊게 더 파서 무슨 이득이 된다는 거야 아무래도 이건 필시."

"아니. 그. 그럼. 놈들이 우리를 이곳에다 생매장이라도 한다는 건가"

"그럴는지도 모르지."

"아이고. 어쩌나!"

갑자기 강치일행은 두려움에 덜덜 떨며 위쪽을 쳐다보았다. 원래 넓고 깊었던 웅덩이였지만 이들이 한참 애써서 더 파내고보니 웅덩이 안은 마치 천정이 뻥 뚫리고 사방이 흙벽으로 둘러싸여있는 커다란 감방 안을 연상시켰다.

바로 이때. 이들 머리 위로 물 한줄기가 쭈욱 쏟아져 내렸다.

"아앗! 이게 뭐야"

난데없이 쏟아지는 물줄기에 강치 일행은 깜짝 놀랐다.

"으흐흐흐. 두어길 깊이 이상은 족히 되어보이는군. 됐네. 그만 파도록 해!"

주성이 자라모가지 같은 자기 그것을 손으로 가볍게 툭툭 털어내면서 자기 바지춤 안으로 집어넣으며 말했다. 자기 딴엔 얼마나 깊게 웅덩이를 파냈는지 가늠해 본답시고 이렇게 오줌을 갈겨본 것 같았다.

"감사합니다. 저. 그럼 저희들이 해야 할 일은 모두 끝난 겁니까"

"그렇다. 자. 이제 마지막 마무리로 연장들을 모두 올리고 한사람씩 올라오게나."

주성의 말에 강치 일행은 아무 의심 없이 연장들을 끈으로 묶어 위로 모두 올려 보냈다. 그러자 위에서 가느다란 새끼줄 하나가 내려왔다. 아마도 그것을 잡고서 올라오라는 뜻인 것 같았다. 일행 중 하나가 그 새끼줄을 조심스럽게 잡아 쥐고는 벽을 탄 자세로 먼저 올라갔다. 그러나 그가 위로 막 오르기 직전에 쥐고 있던 새끼줄이 힘없이 뚝 끊어져버렸다.

위로 올라가려던 사내가 '아이쿠!'비명소리를 내며 아래로 뚝 떨어져버렸다.

강치일행은 쓰러진 동료에게 다가가 얼른 부축해서 일으켜 세웠다. 방금 파낸 푸석푸석한 땅인지라 떨어진 사내는 별로 다치지는 않았다.

"사람이 다쳤어요. 중간에 끊어지지 않게 좀 더 강한 줄을 내려보내주십시요!"

강치가 위를 보고 다시 외쳤다.

그러자 이번엔 밧줄 하나가 스르륵 아래로 내려왔다. 강치는 그걸 잡아 쥐자마자 단숨에 벽을 타고 올라가려했다. 그러나 그 역시 올라가는 도중 위에 있던 주성이 별안간 밧줄 끝자락을 칼로 톡 쳐서 끊어버리는 바람에 그대로 뚝 떨어지고 말았다.

"아이쿠!"

강치는 상을 크게 찡그리며 일어나 위에 있는 주성을 향해 냅다 소리쳤다.

"약속이 틀리지 않습니까 아까 일을 마치고나면 저희들을 내보내주시겠다고 하시고."

그러자 주성은 싱글벙글 웃는 낯으로 강치 일행을 아래로 내려다보며 말했다.

"내가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 살아서 나가고 싶다면 네놈들이 재주껏 올라와야지."

"좋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든 저희들이 위로 올라가기만 하면 되는 거죠" 강치 일행 중 어느 누가 큰소리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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