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나야할 미래
우리가 만나야할 미래
  • 연규민 <칼럼니스트>
  • 승인 2013.03.26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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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규민 <칼럼니스트>

청주시립도서관은 “청주시민의 행복한 책 읽기”를 위해 2013년 대표도서 선정을 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다음 달 초까지 설문조사를 한다. 추진위원회는 회의를 통해 후보도서 5권을 선정했다. 설문조사를 통해 3권으로 압축하고 최종회의에서 선정한다. 후보 도서 중 한권이 스웨덴 쇠데르턴대학 정치학과 교수인 최연혁의 “우리가 만나야할 미래”이다.

지난 해 여름 발행된 이 책을 독서목록에 올려놓고도 게으름을 피우다 청주에서 저자를 모셔 강연회를 연다고 해서 더 미루지 못하고 서점에 가서 책을 사다 읽었다. 의외로 책은 읽기 편하다. 설명이 친절해서 읽다 모르는 내용을 굳이 인터넷 검색이나 사전을 뒤적여 찾아가며 읽을 필요가 없을 정도다.

몇 차례 스웨덴의 복지정책에 대해 강연과 자료를 통해 접하면서 몇 가지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다. 이 책을 통해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이 지난 100년간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복지국가를 이루었는지 알게 되었다. 정치인들의 소양과 국민들의 의식이 어느 정도 성숙해 있는지도 보게 되었다. 연금과 의료보험 같은 사회보험정책이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서비스 정책도 이웃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엿볼 수 있다.

오는 4월 2일 (화) 저녁 7시 청주 고인쇄박물관에서 열리는 최연혁교수의 “북유럽의 꿈, 한국의 미래” 강연에 참여해서 책에서 보지 못한 몇 가지 궁금한 점을 물어보고 싶다. 가난한 사람도 29%의 소득세를 부담하고 부자는 60%의 세금을 내면 각종 소득공제제도는 없는 것인지 궁금하다. 사업에 실패하거나 실직한 사람들을 위한 실업수당과 재교육 제도가 잘 갖춰져 있다는데 엄청난 빚을 진 사람들을 위해 파산, 개인회생, 국민행복기금 같은 빚탕감제도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이런 제도가 국민들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오지는 않는지 궁금하다.

이 책에 나오는 스웨덴 정치인 이야기를 읽으며 무척 부러웠다. 1995년 잉바르 칼손 총리가 사임하고 사민당 당대표를 지명하는 위원회가 후보 5명을 추렸다. 그 중 1순위인 뉘그렌정무장관은 초등학교 아이를 위해, 아버지 역할을 다하기 위해 총리직을 거절했다. 2순위 빈베리부총리는 자신이 총리가 될 자질이 없다고 사양했다. 3순위 발스트룀 문화부장관은 젊고 아름다운 정치인으로 남성들에게 인기가 높았으나 총리에 관심이 없다고 거절했다. 4순위 후보인 탈렌은 자신의 정치적 목표는 이미 이루었으니 후배에게 자리를 양보한다고 사양했다. 결국 마지막 순위였던 페르손이 총리가 되었다. 같은 당내에서도 계파끼리 피튀기는 혈투를 벌이는 국내 정치현실과 극명으로 대조되는 이야기에 부러움과 한숨이 함께 섞여 나온다.

기업과 노동문화도 부러운 것 중의 하나다. 스웨덴도 마찬가지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는 무척 컸다. 1951년 노조총회에서 노노갈등을 해소하지 않고는 사회갈등을 해소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연대임금제)이 시행되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결국 1955년 에를란데르총리는 렌-마이드너의 연대임금제 모델을 적용해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펴기로 했다. 대기업 노동자는 임금동결에 참여했고, 중소기업 노동자는 임금이 획기적으로 늘었다. 대기업은 여유자금으로 공장을 증설하고 임금인상으로 도산하는 중소기업 노동자를 고용했다. 산업전반에 활기가 돌고 노조가 국민의 지지를 받는 계기가 되었다.

스웨덴에서 가장 뛰어난 정치인은 타게 에를란데르라고 한다. 45세에 총리가 되어 23년 재임하고 퇴임할 때 평범한 시민으로 살아갈 집 한 채가 없었단다. 사민당이 당 연수원 근처에 지어준 별장에서 미래의 정치지도자들과 함께 지내다 여생을 마쳤다는 이야기는 눈물이 다 난다. 끝까지 협의를 통해 정치를 이끌었다는 그의 이야기를 읽으며 스웨덴의 꿈은 한국의 꿈이 될 수 있을까 고민에 잠긴다. 이 책을 읽고 독서토론 한번 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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