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나면 새고 터지고 왜(?)
자고나면 새고 터지고 왜(?)
  • 문종극 기자
  • 승인 2013.03.24 2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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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문종극 <편집국장>

하이닉스 청주1공장의 염소 누출 사건이 발생한 22일. 새 정부의 충북 출신 장관인 윤성규 환경부장관의 첫 고향 방문이 된 LG화학 청주공장 방문 3일 뒤에 발생했다. 윤 장관의 출장목적은 유해물질 취급업체 점검이었다. ‘유해화학물질 사고를 방지할 근본대책을 수립하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윤 장관은 그날부터 전국의 유해화학물질 취급사업장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시작했다.

환경부는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5월 31일까지 74일 동안 전국의 4296개 유해화학물질 영업등록업체를 대상으로 이 같은 점검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그러면서 그 첫 점검대상을 LG화학 청주공장으로 잡았다. 그런데 윤 장관이 점검을 하고 돌아선지 3일만에 바로 이웃 하이닉스에서 염소 누출사건이 발생했다. 본의는 아니지만 어쨌든 전국 유해물질 취급업체를 대상으로 안전을 강조한 윤 장관의 첫 청주 방문 메시지는 퇴색된 것이다.

최근들어 전국적으로 자고나면 새고 터진다. 맹독성 물질이 누출되고 폭발하는 등 주요 산업시설들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 만큼 국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안전망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안전 불감증도 심각하다.

하이닉스 청주사업장 염소 누출 사건이 발생한 날인 지난 22일 밤 경북 구미의 LG실트론 구미공장에서도 불산·질산 등이 섞인 혼산액이 누출되는 사고가 났다. 이 공장은 20여일 전에도 유사한 사고가 발생했던 곳이다.

지난 14일에는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 대림산업 화학공장에서 야간작업 중 일어난 폭발사고로 6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빚어졌다. 5일에는 경북 구미공단 내 화공업체인 구미케미칼에서 염소가스가 누출돼 167명이 진료를 받았다. 2일 LG실트론 구미공장에서는 불산·질산·초산 등이 섞인 용액이 필터링 용기 덮개의 균열로 30∼~60ℓ 새어나왔다. 앞서 지난 1월27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배관교체 작업 중 불산이 누출돼 1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했다. 또 1월15일에는 청주공단 내 유리가공업체에서 희석된 불산이 대량으로 새어나왔다. 1월12일에는 경북 상주 청리산업단지 내 웅진폴리실리콘 태양광발전 소재 생산공장에서 염산이 누출돼 주민 760명이 대피했다.

이 같은 유해물질 누출사고와 폭발사고는 산업계 전반에 걸친 사고 예방과 안전관리상의 허점 때문이다. 제때 교체하지 않거나 보수하지 않은 설비와 안전은 뒷전인채 실적·성과 우선의 경영 형태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환경·안전관리 시스템이 경제성장으로 늘어나는 생산설비를 쫓아가지 못해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인 것이다.

이와함께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 산업단지의 노후화다. 사고의 대부분은 산업단지이다. 국가산단이 조성된지 20년이 넘었다. 성장에 주력하던 산업화시대에 건설된 플랜트 등이 노후돼 이곳에서 사고가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50여년간 우리나라가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을 이룩하는 데 산업단지가 지대한 공헌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산업단지에서 화학물질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면서 산업단지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산업단지의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유해화학물질 관리, 개별 공장 크린화, 녹지시설 확장 등을 통한 안전하고 쾌적한 산업단지 만드는 정책이 필요하다. .

새 정부도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명칭까지 바꾸면서 안전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차원의 국가산업단지 리모델링과 기업체의 성과보다 우선하는 안전의식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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