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영업사진관 정착 계기… 사진 대중화 길 '활짝'
<6> 영업사진관 정착 계기… 사진 대중화 길 '활짝'
  • 정인영 <사진가>
  • 승인 2013.02.21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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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영 사진가의 한국 사진史
사립 장훈학교 고등과 제1회 및 초등과 제3회 졸업식 사진, 천연당사진관 촬영, 1910.
김규진의 천연당사진관

정인영 <사진가>

日서 사진술 배운 후 개업
1908년 1월 1000명 손님
여성전용 촬영장도 개설
광범위한 사진세계 가시화

“본인 등이 황단하(皇壇下) 석정동(石井洞) 김규진가(金圭鎭家) 사랑 후정(後庭)에 천연당 사진관을 개설하고 대·중·소 만세불변색 각양 사진을 염가 수용하겠사오니 촬영하기 원하시는 내외국 첨원(僉員)은 본관에 내림(來臨) 면의(面義)하시오. 사진관 주인 김규진, 박위진 고백.”

1907년 대한매일신보에 게재된 천연당사진관 광고이다.

해강 김규진은 1894~5년경 중국유학 후 돌아와 황실에서 영친왕의 세법을 가르치는 사부를 맡고 있다가 일본 토오쿄오로가 사진술을 배우고 귀국하여 천연당자신관을 개업했다.

김규진은 1968년 4월(름력) 평안북도 중화에서 태어나 외숙인 이희수에게 한학과 서화를 배운 후 1886년부터 중국에서 10여년간 서법과 서화를 득기진경(得其眞境)하고 돌아왔다.

그 후 영친왕이 이본으로 끌려가자 엄비(영친왕의 어머니)가 사진술을 배운다는 명목으로 김규진을 보내 영친왕을 보살피게 했다.

'김규진' 촬영자 미상, 1900년대.
당시 유명한 서화가로 알려져 있던 김규진은 왕실의 심인을 바탕으로 영구불변으로 색이 변하지 않는다는 독특한 기술의 영업방침을 내세워 고객의 문전성시로 호황을 누렸다.

1908년 1월 한달 동안 1000여명의 손님이 사진을 촬영했다는 것은 때 마침 사진인구의 엄청난 증가와도 맞아 떨어진다.

1년 전, 1907년 여성전용 사진 촬영장을 개설한 김규진은 남성위주의 출입장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여성방문시대를 열어 여성이 사진사로 활동하게 되는 계기도 만들었다.

김규진은 일본에서 신식 사진기계를 사들여 근대적인 사진관으로 미술사진예술 성질의 사진을 인화하여 인기를 끌었다.

취소은사진, 백금사진, 오색사진 등 고급스런 만세 불변색의 사진으로 질적인 향상을 이루어낸 김규진은 사진가격이 비쌀뿐 아니라 사진의 고급화로 소본 50전, 중본 1원, 대본 4원반을 받았다.

대본은 4원반, 극대본은 8원으로 책정하여 경찰관 한달 봉급 20원, 근위대 원봉급 12원에 비교할 때 상상 이상의 수입을 올렸다.

1910년 이후 천연당 사진관은 서울 소공동에 이층양옥집을 신축하고 사진관겸 사진사 양성교육기관을 겸하게 했다.

그런데 김규진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의 사진에 대한 이해는 김규진의 생각과 정반대로 되어가고 있었다.

고객들이 사진 값을 술 값이나 물건 외상값 정도로 생각하는 풍습이 늘어가자 천연당사진관은 차츰 운영난에 봉착하게 됐다.

높은 사진값에도 불구하고 누적된 외상과 사진기 구입대금 상환에 쪼들리게 된 김규진은 결국 사진사보다 서화가 쪽으로 활동을 넓혀 갔다.
1910년대 천연당사진관 전경

김규진이 우리나라에 최초로 사진을 수용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한 때 황실 내에서 황실사진을 전담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내용도 함께 전해져 오고 있다.

김규진의 천연당사진관 설립을 지원했던 엄비, 1900년대.
어찌됐든 김규진은 이 땅에 영업사진관의 형태를 정착시키고 서화가 이면서도 사진사로서 사진의 대중화에 기여했다.

이와 함께 자연히 사진술의 대중화도 이루어져 김규진의 사진이 비록 영업사진이었지만 각계 각층으로 이어진 사진 접목과 학교의 졸업사진, 일반인들의 기념사진, 기록사진, 결혼사진과 장례사진 등의 광범위한 사진 세계가 가시화되는 업적을 이뤄냈다.

당대의 대표적 서화가였던 김규진의 천연당사진관이 당시 사회에 미친 영향은 일반인들의 생활에 사진을 친밀하게 만들었을뿐 아니라 영업사진관이 다양한 형태로 정착하게 되는 계기를 이뤘다는데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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