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대통합·대탕평인가
이것이 대통합·대탕평인가
  • 문종극 기자
  • 승인 2013.02.17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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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문종극 <편집국장>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17일 11개 부처 장관 내정자를 발표함으로써 17개 부처의 국무위원 조각 작업을 끝냈다. 지난 13일 외교안보 라인을 중심으로 한 6개 부처 장관 내정자를 발표한 데 이어 이날 나머지 부처의 장관 인선 작업을 마무리한 것이다.

각 언론은 발표된 후보자들을 놓고 박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이 그대로 배어있다고 평가했다. 전문성과 신뢰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함께 호흡을 맞춰온 전문적 능력을 갖췄다고 판단한 해당 분야 전문가, 그리고 관료 출신들을 골고루 기용했다며 이 같이 평가했다.

각 분야의 전문가를 중용함으로써 정책의 전문화와 효율화를 도모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당과 인수위에서 함께 활동한 진영 부위원장, 조윤선 대변인, 유정복 의원 등을 발탁한 것은 박 당선인의 ‘신뢰’를 반영했다는 평가다.

이들을 제외한 14명은 해당 부서에서 일했던 관료 출신이거나 해당 분야 전문가다.

외부 인사의 전유물이었던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처음으로 해당 부처 출신 관료를 임명했다. 해당 부처의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이 상당수 기용된 점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야는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전문성을 갖춘 인사’와 ‘국회입법권한을 무시한 처사’라며 각을 세우고 있다. 새누리당은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국정운영 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는 인사들”이라고 호평했다.

반면 민주통합당 등 야권은 후보들에 대한 평가보다는 절차상의 문제를 앞세웠다. “여야 합의도 되지 않은 정부부처의 장관 내정자를 먼저 발표하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며 “경제민주화와 복지정책을 수행하겠다는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이 초반부터 실종된 것으로 향후 인사 청문과정에서 도덕성과 전문성, 정책방향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하겠다”고 별렀다.

정치권 밖 일각에서도 새 정부의 골격인 정부조직 개편안을 둘러싼 국회 논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짠 원안을 전제로 조각 명단을 내놓은 이날 발표를 다소 이례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와 관련 정치평론가들은 새 정부의 조속한 출범을 위해 더이상 인선을 늦출 수 없다는 절박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처리된 후 나머지 장관 내정자를 발표하는 일정표를 그렸겠지만 18일 처리도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면서 부득불 이날 후속 인선 발표로 방향을 잡은 것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박 당선인측이 여야 간 지지부진한 협상에 속도를 내도록 하기 위한 압박 노림수를 감안했을 수도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아쉬운 점은 ‘대탕평’이다. 박 당선인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강조해온 ‘대탕평 원칙’이 충분히 구현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역별·성별 안배가 필수조건은 아니지만 체감적인 대탕평은 안배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또한 불만이다. 언론의 하마평에 수도 없이 오르내렸던 유력 호남인사들은 간데 없다. 강원과 충남, 제주지역에선 새 정부 초대 내각에 단 1명의 인사도 배출하지 못했다. 헌정 사상 첫 여성대통령 시대인데도 여성각료 후보자가 기대에 못미쳤다.

김영삼 정부의 첫 내각은 영남 8명, 호남 6명, 충청 4명으로 비교적 균형을 이뤘고, 호남을 기반으로 출범한 김대중 정부 역시 호남과 영남권에서 각각 5명, 충청이 4명, 서울·경기 각각 2명을 내정하면서 지역 안배를 고려했다. 노무현 정부 역시 PK와 호남이 각각 4명, TK가 3명, 충청이 2명, 서울·경기 3명, 강원과 제주, 이북 출신이 각각 1명씩 발탁돼 지역 안배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 인사’라는 비판을 들은 이명박 정부에선 첫 조각 인사로 TK와 PK 출신이 각각 5명, 호남·충청·서울 출신을 각각 2명씩 배정해 비판이 거셌다.

이명박 정부의 이런 ‘인사 편중’을 누구보다 앞장서서 비판해온 박 당선인이 정작 자신도 크게 다르지 않은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이것이 박근혜 당선인이 주장해온 ‘대통합’과 ‘대탕평’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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