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간 대화…소중한 생명 구했다
20분간 대화…소중한 생명 구했다
  • 송근섭 기자
  • 승인 2013.02.0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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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상당署 성안지구대 정영찬 경위 이시영·박상철·김세웅 경사 자살기도자 막아
“일단 흉기는 내려놓고 대화합시다. 이렇게 죽으면 어떡합니까”

지난달 31일 밤 충북경찰청 112 지령실로 ‘살고 싶지 않다. 죽어버리겠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지령을 전달 받은 청주상당경찰서 성안지구대 직원들은 극단적 선택을 앞두고 마지막 호소라고 직감했다.

즉시 119상황실과 공조해 자살기도자의 휴대전화 위치를 확인했지만, 정확한 주소지가 나오지 않아 청주시 상당구 석교동 주택가를 일일이 수색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일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현장으로 출동한 정영찬 경위, 이시영·박상철·김세웅 경사가 기지를 발휘했다.

자살기도자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건 경찰들은 ‘지금 어디에 계시느냐’, ‘일단 우리와 대화를 해보자’며 대화를 유도했고, 이때 한 주택에서 남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을 들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방 안에서는 A씨(66)가 복부에 자해를 한 상태로 양 손에 가위와 과도를 쥐고 괴로워 하고 있었다.

구조를 위해 경찰이 다가가자 A씨는 “다가오면 바로 죽어 버리겠다. 살고 싶지 않다”며 접근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이때 경찰들이 방 문 앞에서 A씨와 거리를 둔 채 ‘흉기는 내려놓고 대화를 하자’, ‘무슨 일이 있는지 얘기하면 우리가 돕겠다’, ‘이렇게 죽으면 어떡하느냐’며 20여분간 설득에 나섰다. 오랜 대화로 A씨가 잠시 긴장을 푼 사이 경찰들은 순식간에 방으로 들어가 양 손에 쥔 흉기를 빼앗았다.

A씨는 경찰의 보호 하에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고, 치료를 무사히 마친 뒤 “잠시 어리석은 생각을 한 것 같다. 위험을 무릎쓰고 도와줘 감사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안지구대 정영찬 경위는 “자살기도자의 심정을 이해하고 대화를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다행히 팀원들과 적절히 대응해 소중한 생명을 구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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