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
  • 문종극 기자
  • 승인 2012.12.30 2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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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문종극 <편집국장>

해마다 한해를 정리하는 연말이면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명문가의 청년 장교와 무용수의 비극적인 사랑과 이별을 그린 흑백영화. 머빈 르로이(Mervyn LeRoy) 감독, 로버트 테일러(Robert Taylor)·비비안 리(Vivien Leigh) 주연의 ‘워털루 브릿지(Waterloo Bridge)’가 그 영화다. 우리나라에서는 ‘애수’라는 이름으로 6·25전쟁 중 피난지인 부산과 대구에서 처음 개봉된 이후 여러차례 재개봉되면서 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렸던 영화다. 주인공들의 사랑이 비극으로 끝나기까지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는 우연한 사건들을 교묘히 섞은 남녀의 비극적인 사랑을 부각시킨 영화, 그래서 너무도 애절한 이 영화가 연말이면 늘 떠오른다. 영화의 줄거리에 너무 잘 어울리는 삽입곡 때문인 것 같다.

우리 노랫말로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여/작별이란 웬 말인가 가야만 하는가/어디간들 잊으리오 두터운 우리정/다시 만날 그날위해 노래를 부르네/(1절).

스코틀랜드 민요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이다. 노랫말은 스코틀랜드 시인인 로버트 번스가 1788년 지은 시의 한 구절인데 영미권에서는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면서 부르는 축가로 쓰인다. ‘올드 랭 사인’의 뜻은 스코트어로 ‘오랜 옛날부터(영어로는 old long since)’라는 것으로 우리는 이별 또는 석별의 정으로 부른다. 대한민국은 1948년 이승만 대통령령에 따라 안익태가 작곡한 한국환상곡이 애국가의 멜로디로 정해지기 전까지 애국가의 곡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독립투사들이 일제의 총칼에 쫓기면서도 이역만리에서 망국의 설움을 달래며 불렀던 ‘올드 랭 사인’. 이 곡을 삽입한 영화 ‘애수’가 1953년 국내에 상영되면서 국내에 다시 퍼진 ‘올드 랭 사인’노랫말은 시인 강소천이 한국어로 엮어냈다. 그 노랫말을 다시한번 읖조려본다면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여/작별이란 웬 말인가 가야만 하는가/어디간들 잊으리오 두터운 우리정/다시 만날 그날위해 노래를 부르네/

방금전 부르고 또 불러도, 다시 또 불러봐도 애절하다. 애간장을 끊어낸다. 한민족의 많은 한과 스코틀랜드인의 그것은 아마 같은 모양이다. 하나 둘 촛불이 꺼지면 어김없이 흘러나오는 멜로디 ‘올드랭 사인’. 또 한번 읖조려도 코끝이 시큰한-/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여/-‘올드 랭 사인’.

지금 내 머리속에도, 흥얼거림에도, 거리에서도, 방송에서도 온통 ‘올드 랭 사인’이다. 울쩍해 진다. 정리는 아쉽다. 이별은 슬프다. 석별도 서글프다. 그런 연말이 또 왔다. 오늘이면 2012년은 끝이다. 아쉬움 속에서 한해를 되돌아 본다.

지난 한해의 키워드 중 하나는 ‘힐링(healing)’이 아니었나 싶다. ‘몸이나 마음의 치유’를 뜻하는 힐링은 올 한해 정치·경제·사회·문화·언론·건강 등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쓰여졌다. 경제 불황속 88만원 세대, 청년 실업, 하우스 푸어, 퇴직 가장 등 한 해를 채워간 이슈들을 돌아보면 짐작할 수 있다. 현실과 심리적 부담의 이중고를 겪은 사람들이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몸부림의 표현이 ‘힐링’이였던 것.

그래서 2012년은 ‘힐링이 필요했던 한 해가 아니었나 싶다. 진정한 휴식과 쉼의 의미가 사회적으로 공유된 것이다. 그 만큼 정치·경제·사회·문화·언론·건강 등 모든 분야에서 치유가 필요했다는 얘기다.

이 해 마지막날인 오늘 이 모든 것을 치유해 보자. 그리고 새해를 맞자. ‘올드 랭 사인’을 우리나라에서 처럼 이별만이 아닌 영국과 미국처럼 새해를 맞는 축가로 불러보자. 새로움을 축하하는 의미로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부르는 ‘올드 랭 사인’을 다시 만남을 기약하는 노래로 만들어보자. 2013년은 힐링이 필요없는 해로 만들어 보자는 외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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