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티브도 선거전략이긴 하지만…
네거티브도 선거전략이긴 하지만…
  • 문종극 기자
  • 승인 2012.12.16 2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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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문종극 <편집국장>

지난 2004년 미국 대선은 관전 재미가 쏠쏠했던것으로 기억된다.

선거운동 기간 후반들어 승리할 것으로 예상했던 후보가 막판 변수에 대처하지 못해 고배를 마시는 상황은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전율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개표가 시작되면서 패한 것으로 판단했다.

반면 민주당의 존 케리 후보는 개표 시작전부터 수없이 많은 언론과 사전 당선 인터뷰를 하고 밥 쉬럼 선거참모로부터 “We made it!”(해냈다)이라는 흥분된 보고를 받는 등 승리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존 케리는 부시를 이기지 못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백악관을 빼앗지 못한 것이다.

이와관련, 논객이자 ‘실전선거 2등은 없다’ 저자인 김윤길씨는 당시 존 케리의 패인은 부시 측의 네거티브(negative)전략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부시 측 선거 책사인 칼 로브가 “상대를 바보로 만들라”는 민주당 후보에 대한 공략법을 완성하고 네거티브전략을 구사했는데 그 중 하나가 부시의 최대 약점인 군 복무 경력을 덮기 위해 케리의 월남전 무공훈장을 흠집내는 것이었다.

칼 로브는 텍사스의 한 사업가의 도움을 받아 월남전에서 케리가 구출한 것으로 알려진 고속정 선원들과 접촉해 얻은 정보를 가지고 케리가 전투당시 도망가기 바빴다는 말을 퍼뜨린다.

이에 민주당 참모들은 터무니 없는 주장이니 무시하라고 충고했으나 케리 후보는 이를 참지 못하고 전국참전용사회 연설에서 이 문제를 언급, 스스로 이슈화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칼 로브는 케리가 이렇게 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그로인해 승리를 눈 앞에 둔 케리 본인이 결국 상대 후보인 부시를 당선시켜준 것이다.

선거에서 네거티브도 하나의 전략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런 전략은 국내 대선에서도 무수하게 등장했다.

15대와 16대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나선 이회창씨는 병역문제가 대두되면서 이를 제때에 대응하지 못해 연거푸 주저 앉았다. 그런가하면 17대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BBK라는 메카톤급 네거티브에도 청와대에 입성했다.

대응전략이 먹혔기 때문이다. 이러한 네거티브전 대응전략에는 김빼기 전략도 있지만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방법이 있는데 이명박 후보진영은 바로 이 미꾸라지전법을 택했다. 미끌미끌해서 손에 잡히지 않는 전법이다. 그러나 그렇게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게 됐지만 퇴임 이후 BBK와 관련해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는 선거 당시 BBK와 관련한 네거티브를 무력화시키지 못하고 당시 상황을 모면하는, 빠져나가는 전법을 구사함으로써 훗날 재론의 여지를 남겼놨기 때문이다.

어쨌든 네거티브전략이 선거에서 당락을 좌우하는 핵심전략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에 대응하는 대응전략 또한 매우 중요하다. 네거티브는 ‘부정적’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상대방이 당선되지 못하게 할 의도로 비난 또는 공격하는 행위를 의미 한다.

부정적이지만 학술적 논거를 가진 선거전략 중의 하나이다. 그렇지만 선거를 포함해 모든 네거티브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정당한 네거티브는 상대의 오류를 일깨워주고, 평가하고 판단하게 하는 일련의 개선과정으로 정리된다.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 중동의 민주화운동, 월스트리트 시위 등도 일종의 네거티브 운동이라 할 수 있다. 물론 흑색선전으로 점철되는 선거 네거티브와는 성격이 다르긴 하지만 긍정적인면도 있다는 것이다.

18대 대선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기간은 이제 오늘과 내일 뿐이다.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네거티브전이 치열하다. 네거티브 선거전에도 팩트를 가진 순기능이 있다. 하지만 지금 전개되고 있는 대선전의 네거티브는 흑색선전으로 유권자를 현혹시키는 역기능만 난무하고 있다. 완벽한 포지티브(positive)선거를 당초부터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어쩔수 없이 펼쳐야 하는 네거티브전이라면 팩트를 지닌 순기능이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 거다. 이틀 남았다. 유권자가 판단해야할 시간도 이틀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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