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공무원은 눈 잘치우는 마당쇠(?)
청주시 공무원은 눈 잘치우는 마당쇠(?)
  • 문종극 기자
  • 승인 2012.12.09 2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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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문종극 <편집국장>

청주시 공무원들의 마음이 요즘들어 편치 않다. 매일 조바심을 안고 산다. 눈 때문이다. 퇴근 후 지인들과 소주한잔을 기울이다가도 눈이 오면 서둘러 자리를 뜬다. 물론 지인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집으로 향하지만 발걸음이 그리 가볍지는 않아 보인다. 이들이 자리를 뜨는 이유는 제설작업 때문이다. 새벽 일찍 눈밭으로 나갈려면 잠을 좀 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그 뒷모습이 그닥 당당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처량하게 보인다. 왜 그렇게 비춰질까. 전국에서도 유독 청주시 공무원들이 눈에 대한 스트레스가 높다고 한다. 물론 확인된 얘기는 아니지만 한때 청주시가 제설작업이 가장 철저하게 이뤄지는 도시로 전국에서 유명세를 떨쳤던 것을 감안하면 짐작을 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 유명세에 걸맞는 시민들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강제하지 않는 의무감이 청주시 공무원들을 무언의 압박으로 짓누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눈만 오면 습관적으로 자리를 털고 일어서는 청주시 공무원들에게 눈이 달가울수 없고 시민들을 위해서라는 당당함보다 짜증스러움이 먼저일 수도 있을 것이다. 수년간 무언의 압박에 시달린끝에 이제는 지쳐 만성적 피로감에 쌓인 그들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런 사정에 아랑곳없이 제설 상태에 불만인 시민들은 여전히 청주시 공무원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4일 1.7㎝ 정도의 눈이 내렸을때도, 6일 8.2㎝의 눈이 쌓인 날도 시민들의 불만은 컸다.

공복(公僕)은 국가나 사회의 심부름꾼이다. 우리는 흔히 ‘공무원’을 국민의 공복이라고 부른다. 물론 공무원은 국민을 위해,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의무다. 본연의 업무 자체가 심부름이고 봉사다. 그러나 국민의 종은 아니다. 하인은 아니다. 더더욱 노예는 아니다. 그럼에도 폭설이 내리면 공무원을 마당쇠쯤으로 여기는 시민이 많다. 집앞에 눈이 너무 많이 쌓여서, 집앞이 빙판이 됐는데도…, 하면서 시청, 구청, 주민센터에 전화를해 공무원들을 나무란다. 공무원은 시민들이 불편한 것이 있다면 그 불편을 해소해 줘야 하는 것이 당연한 임무다. 그러나 공무원이 해야 하는 일은 분명 선이 있다. 한계도 있다. 하지만 공무원을 시민의 종이나 하인쯤으로 착각하는 시민들이 많은 것 같아 문제다. 특히 청주시의 경우 눈만 오면 이런 경향이 짙다. 청주시내 모든 공간의 눈을 청주시 공무원들이 치우는 것이 당연하다는 투의 항의가 잇따르는 것을 보면 그렇다.

공무원들을 옹호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시민들이 자신의 의무조차 이행하지 않으면서 공무원들만 탓하는 것이 문제가 있어 보여 한마디 하려는 것이다.

내 집 앞 눈 치우기는 시민들의 의무 사항이다. 청주시를 비롯한 대부분의 지자체가 내 집앞 눈치우기를 강제하는 조례를 제정, 시행고 있다. 낮에 눈이 내릴 경우 눈이 그친 뒤 4시간 이내에, 밤에 내리면 다음 날 오전 11시까지 집 앞의 눈을 치우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극히 일부 시민을 제외하고는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시민들이 의무인 자기 집앞 눈을 치우지도 않으면서, 법을 준수하지 않으면서도 그것까지도 공무원들이 해야 한다고 떼를 쓴다. 그것도 화를 버럭버럭 내면서 말이다.

강원도민일보는 10㎝가 넘는 폭설이 쏟아진 지난 6일 춘천시민들의 시민의식이 성숙했다고 보도했다. 폭설이 쏟아지자 시민들이 자기 집 앞은 물론 늦은 시간까지 이면도로 제설작업을 했다는 것. 이와함께 다음날 아침은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함으로써 우려했던 출근길 교통 대란과 낙상사고 등이 없었다고 보도했다. 폭설 대처방법이 청주시민과 대조적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청주시 공무원만 나무랄일이 아닌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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