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140>
궁보무사 <140>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6.08.01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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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의 명령받은 자들이 나를 죽이려 오는구나"
27. 소용돌이 속에서

그 바람에 두릉과 자그마한 사내의 두 눈이 정면으로 딱 마주쳤다.
“야! 뭘 봐?”
자그마한 사내가 두릉을 무섭게 쏘아보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
“뭘 보느냐고 임마! 네 놈은 계집년 X지털 솎아내는 거 처음 보냐?”
“......”

두릉은 너무도 당당하게 떠드는 그 사내를 몹시 가소롭다는 눈빛으로 빤히 쳐다보았다.
“어라? 저게 나를 째려봐?”
사내는 이렇게 말을 하며 벌떡 일어나더니, 갑자기 한걸음에 뛰어 달려와 두릉의 널찍한 가슴팍을 앞발로 걷어차 버렸다.

‘으윽윽!’
두릉은 사내에게 명치 부분을 정통으로 얻어맞았는지 얼굴 표정이 순간 크게 일그러졌다.

그러나 헝겊뭉치로 꽉 틀어 막혀진 입 때문에 두릉은 비명조차 제대로 지를 수가 없었다.

“이 배러먹을 놈아! 원수 같은 놈아! 네 놈이 하필이면 내 귀하디귀한 남자 연장을 써먹지 못하도록 망쳐놔서 요즘 내가 본의 아니게 수절하는 과부 신세로 되었잖냐? 에라, 이 갈기갈기 찢어내고 콱콱 소리 나게 씹어 먹어줘도 시원찮을 놈!”

자그마한 사내는 숨소리를 씩씩거려가며 두릉의 등과 가슴팍을 수십 차례 더 걷어차 주고는 어린 첩의 시체가 있는 곳으로 다시 돌아갔다. 그리고는 억지로 벌려놓은 두 다리 사이에 손을 들이 밀어가지고 마치 닭털 뽑아내듯 뭔가를 마구 쥐어 뜯어내기 시작했다.

‘아! 아! 저, 저럴 수가! 저 아이의 저것들은 내가 얼마나 아끼고 사랑했던 것들인데, 지금 저 놈은 저걸 개털 뽑듯이 마구잡이로 뽑아내다니…….’

두릉은 엄청난 일을 당하고 있으면서도 꼼짝 조차 할 수 없는 자기 신세를 한탄하며 두 눈을 지그시 감아보았다. 그리고 이제 머잖아 자신에게 다가올 엄청난 화(禍)를 미리 상상이라도 해보는 듯 온 몸을 부르르 떨어댔다.

이때, 이곳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여러 명의 발걸음 소리가 두릉의 두 귀에 또렷이 들려왔다. 자신의 고귀한 신분을 미리 알려주기 위해 허리춤이나 소매 춤에 매단 금방울 은방울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는 걸로 보아 상당히 지체 높은 자들이 지금 이곳으로 몰려오고 있음에 틀림없었다.

“이크!”자그마한 사내는 이 소리를 듣자마자 기겁을 하며 죽은 어린 첩의 한쪽 다리를 두 손으로 거머잡아 쥔 채 어느 구석진 곳으로 바쁘게 질질 끌고 가버렸다.

‘아! 아! 아마도 성주의 명령을 받은 자들이 나를 죽이러 오는 모양이다!’

두릉은 모든 걸 체념해 버린 듯 그대로 두 눈을 감고 있다가 갑자기 이상한 기분이 들어 감았던 두 눈을 번쩍 떴다. 지금 그의 눈앞에는 성주의 큰 아들 오동동과 창리 대신, 그리고 성 수비대장 주중 등등이 보였다.

“얘들아! 뭣들 하느냐! 어서 당장 풀어드려라!”

오동동이 큰소리로 꾸짖자 그를 따라왔던 부하들이 잽싸게 달려들어 두릉의 온몸에 얼기설기 묶여진 밧줄과 쇠사슬을 말끔히 모두 제거해 놓았다. 그러다가 두릉의 입안에 헝겊 뭉치가 단단히 물려있는 것을 알아보고는 그들은 그것마저도 시원하게 빼내주었다.

“두릉! 크게 욕을 봤구만. 어젯밤 아버님께서 갑자기 그런 일을 당하시자 몸이 너무 아프고 화가 나신 까닭에 이런 험한 명령을 내리셨던 것 같소. 두릉! 넓은 아량으로 부디 이해해 주시기 바라오.”

성주 아들 오동동은 이렇게 말하며 결박에서 막 풀려난 두릉의 두 손을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두릉은 왈칵 쏟아지려는 눈물을 간신히 참으며 성주 아들 오동동을 향해 머리를 바짝 조아려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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