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가 끔찍하고 섬뜩하다
고령사회가 끔찍하고 섬뜩하다
  • 문종극 기자
  • 승인 2012.11.11 2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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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문종극 <편집국장>

섬뜩하다. 신문기자 출신으로 현재 대학교수로 재직 중인 전영수씨의 저서 ‘은퇴대국의 빈곤보고서’를 보면 소름이 끼친다.

그는 경제대국인 일본에서 은퇴는, 퇴직은, 노년은 재앙이라고 표현한다. 은퇴 이후의 삶은 고독하고, 외롭고, 비참하단다.

핏줄까지 외면해 홀로 사는 이들이 넘쳐난다. 소위 고독사라고 하는 돌보지 않는 죽음도 줄을 잇는다.

젊은 세대로부터 ‘대형쓰레기’라는 말을 듣는다. 망주(妄走) 혹은 폭주(暴走)로 불린다. 미쳐서 날뛴다고 괴물(Monster)에 비유한다. ‘대형쓰레기’를 벗기위해 차라리 집밖이 탈출구라 생각하지만 사회인식은 차갑기 그지없다. 그러니 고독과 울분이 넘쳐난다. 일본에서 노인존경은 이제 옛말이 됐다.

그러면서 저자 전영수는 묻는다. 그것도 도발적으로 질문한다.

'당신의 노후는 안전한가'라고.

일본의 충격적인 고령사회 현실은 머지않은 한국의 모습이라고 말한다. 그런데도 정부나 개인이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은 채 고령사회를 맞는다면 비참한 ‘노후지옥’이 펼쳐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일본처럼 말이다. 참으로 생각만 해도 섬뜩한 일이 아닌가.

일본은 이미 초고령사회다. 총인구 중에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 이상인 사회를 고령화사회(Aging Society)라고 한다.

14% 이상을 고령사회(Aged Society)라고 하고, 20% 이상을 초고령사회(post-aged society)라고 한다. 이렇게보면 총인구 중에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3.3%(지난해 10월기준)인 일본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해 있다. 장수의 나라라고 불리는 일본이 10명 중에서 4명 이상이 노인인 초고령사회가 되면서 질병·빈곤·고독 등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일본과 다른가. 고령사회에 대한 대비는 문제 없는가’ 라는 질문에 어떤 답을 해야 하는가. 우리 현실을 보면 아니다. 머지않아 한국의 모습도 일본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끔찍한 일이다.

충북의 노령화를 보면 체감 정도가 더욱 실감난다.

지난 9월말 기준 충북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21만3811명으로 전체 인구(156만3323명)의 13.6%다.

초고령사회 앞단계인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것인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를 넘어 이미 초고령사회에 와있다. 충북의 시·군 상황을 보면 그렇다.

보은군 노인인구비율은 28.2%, 괴산군 28.1%, 영동군 25.2%, 단양군 23.1%, 옥천군 22.3%를 기록하고 있다. 초고령사회인 것이다.

이밖에 증평군 13.6%, 청원군 14.2%, 충주시는 15.1%, 제천시는 15.6%, 진천군은 15.7%, 음성군도 16.3%를 기록하고 있다. 초고령사회 진입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영국의 사회철학자 라슬렛(P. Lasle tt)은 노년기를 ‘인생의 꽃’이라 정의했다. 신체 건강한 노년기야말로 자녀 양육, 부모 부양, 노동과 납세의 의무 등 개인에게 부과되는 갖가지 의무로부터 해방되어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시기라는 것이다. 이 같은 시각으로 보면 고령사회는 인구의 다수가 ‘인생의 꽃’을 만끽하는 사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줄줄이 은퇴하는 베이비부머들의 노후는 ‘인생의 꽃’이 되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은퇴를 앞둔 이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당장 먹고살기도 힘든 판국인데 은퇴준비라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렇다고 정부가 뾰족한 대책을 내놓는 것도 아니다. 복지타령만 외치는 정치권도 믿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때문에 일할 의욕과 능력이 있는 고령인력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고령화는 피할 수 없는 사회적 현상이다. 하지만 이들의 잠재력을 끌어내 생산성을 향상시킨다면 고령사회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일본을 보면 서둘러야 한다. 준비없는 고령사회가 끔찍하고 섬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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