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수능과 학력 파괴
대입 수능과 학력 파괴
  • 정규호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비엔날레부장>
  • 승인 2012.11.08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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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정규호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비엔날레부장>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있는 길”로 시작되는 가요 <코스모스>는 가을만 되면 어김없이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다.

이 노래를 부른 가수 김상희는 당시 ‘학사가수’라는 별칭이 늘 뒤따랐다. “여덟시 출근 길에 대머리 총각”을 부르며 뭇 남성들을 설레게 했던 가수 김상희에게 이러한 수식어가 붙어 다닌 까닭은 당시 그녀가 가요계에는 흔치 않은 대학공부를 한 때문이다.

그녀가 대학에서 어떤 학문을 전공했는지를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대학공부를 한 신분상의 유별함은 어찌됐든 그녀를 당시 보통의 가요계 사람들과는 다른 대접을 받을 수 있게 한 요인임은 분명한 듯 하다. 가수 김상희에게 적용됐던 이 같은 한 때의 ‘차이’는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변별력을 상실했고, 지금 대중가수들은 전공이 어떻든 간에 대부분 대학을 졸업했거나 학적을 두고 있으니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그 과정에서 대중의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보통사람과는 다른 대접을 받는다는데 있다. 보통의 대입 수험생들의 입장에서는 이들이 소위 특례입학을 통해 고단하기 그지없는 경쟁에 휘말리지 않는 특별한 방식으로 대학, 그것도 명문으로 꼽히는 대학을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형평성의 시비를 내세울 만 하다.

극단의 사례이기는 하나 어떤 가수의 경우 자기가 원했던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4수까지 마다하지 않는 상황이니, 언감생심 그런 일은 꿈도 꾸지 못하는 보통의 수험생들의 배는 당연히 아파올 수밖에 없을 터. 급기야 요즘처럼 대학입시철이 되면 누구는 어떤 방식을 거쳐 어느 대학에 편법으로 입학했느니, 또 누구는 어떤 수단을 통해 감히 어떤 대학에 합격했느니 하는 입방아가 터져 나오면서 인신공격조차 마다하지 않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주로 아이돌 스타에 대해 집중 포화되는 그 속내에는 그들이 바쁜 연예활동으로 인해 제대로의 (고등학교)수업을 들을 수 없었고, 또 그로인해 학업능력 또한 형편없을 것이라는 예단과 무조건적인 깍아내림이 있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첫사랑의 풋풋함을 마음껏 과시하며 중년의 추억을 자극했던 걸 그룹 MissA의 가수 겸 배우 수지가 대학에 가지 않겠다는 보도가 화제가 되고 있다. 수지 뿐만 아니라 역시 걸그룹 2NE1 공민지도 대학을 포기해 이번 수능을 치르지 않았다.

아이돌 스타의 이같은 선택은 지난 해 아이유에 이은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는데, 어쩌면 학력이 파괴되는 쪽으로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성급한 예측마저 나오고 있다.

혹자는 이런 변화를 고졸 취업 문호의 대폭 확대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그럴듯한 해석도 내놓을 터이나, 따지고 보면 대중의 인기를 모으고 있는 스타들의 대학진학 포기는 이미 프로 스포츠계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정착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반드시 그 영향으로만 고집할 수는 없겠다. 어쩌면 우리의 아이들은 그 혹독한 입시지옥에서도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선택하는 현명함으로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즐기면서 사는 슬기를 그들만의 힘으로 터득하고 있다는 쪽으로 이해하는 편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공부외에는 다른 일을 엄두에도 두지 못하는 이 땅의 청춘들이 다시 일순간에 평생을 좌우하는 냉혹한 시련을 치러냈다. 땅거미가 무겁게 세상을 뒤덮는 저녁시간, 무거운 어깨를 간신히 유지하며 고사장을 빠져 나오는 저 청춘들에게 괜찮다고 따듯한 말 한마디 건넬 자격이 과연 어른들에게 남아 있을까.

그리고 어렵게 취업에 성공한 고졸출신자들이 보편적인 평등을 보장받으면서 끝까지 대학 진학을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대접받을 수 있는 세상이 과연 얼마나 당당하고 새롭게 펼쳐질 수 있을지도 여전히 의문스럽기만 한 대학입학수학능력시험일.

문득 새벽 안개를 허리에 두른 우암산을 바라보며, 그 산이 더 높아져 산에 오를 자들은 산에 오르고 그렇지 않은 청춘들은 또 그 산에 오를 길을 새롭게 만드는 방식으로 서로 다르게 살아가는 사회의 다양성이 새삼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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