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리사(月裡寺) - 허장무
절 문이 고요하다.
달빛에 든 듯 풍경이 깊다.
속연 끊고 돌아앉은 수행나무
길게 가부좌 틀고
오랫동안 선방은 묵언이다.
절 마당에 사운거리던 천 사람의 발자국도
달 안에 들어와 거동이 조신하다.
도량에 들고 싶은 지상이
고요 속에 간곡하다.
다만, 대웅전 문고리 잡고
가만히 몸을 흔드는 민들레 꽃씨
그 맑은 눈이 부실 뿐.
달빛 속에 절 한 채 지어 놓고
만상이 고요하다.
'밀물 든 자리'(문학과 경계) 중에서
<감상노트>
달 안에 절이 들어서 있다. 절 문이 고요한 풍경 속이다. 묵언 정진하는 나무 한 그루 탑처럼 영혼의 뼈 무리들을 가득 채우고 수액이 오르는 대웅전이다. 천 사람의 발자국도 천 개의 눈을 달고 있는 바다다. 그런 중에 가만히 몸을 비운 민들레 꽃씨가 부처의 손을 잡고 맑은 눈을 뜨는 절경이다. 달빛으로 덩그렁 절 하나 지어 놓고 만상이 공수(拱手)하는 고즈넉한 밤이다. 조그만 절에 수많은 마음이 수행을 하는 만다라(曼陀羅)가 하늘을 덮는다. 시인의 눈에 깃든 동자부처다. 아, 부처의 무릎에 머리를 누이고 바람이 들려주는 독경소리에 잠들고 싶은 절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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