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마을
시가있는마을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6.07.31 09: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월리사(月裡寺) - 허장무

절 문이 고요하다.
달빛에 든 듯 풍경이 깊다.
속연 끊고 돌아앉은 수행나무
길게 가부좌 틀고
오랫동안 선방은 묵언이다.
절 마당에 사운거리던 천 사람의 발자국도
달 안에 들어와 거동이 조신하다.
도량에 들고 싶은 지상이
고요 속에 간곡하다.
다만, 대웅전 문고리 잡고
가만히 몸을 흔드는 민들레 꽃씨
그 맑은 눈이 부실 뿐.

달빛 속에 절 한 채 지어 놓고
만상이 고요하다.

'밀물 든 자리'(문학과 경계) 중에서

<감상노트>

달 안에 절이 들어서 있다. 절 문이 고요한 풍경 속이다. 묵언 정진하는 나무 한 그루 탑처럼 영혼의 뼈 무리들을 가득 채우고 수액이 오르는 대웅전이다. 천 사람의 발자국도 천 개의 눈을 달고 있는 바다다. 그런 중에 가만히 몸을 비운 민들레 꽃씨가 부처의 손을 잡고 맑은 눈을 뜨는 절경이다. 달빛으로 덩그렁 절 하나 지어 놓고 만상이 공수(拱手)하는 고즈넉한 밤이다. 조그만 절에 수많은 마음이 수행을 하는 만다라(曼陀羅)가 하늘을 덮는다. 시인의 눈에 깃든 동자부처다. 아, 부처의 무릎에 머리를 누이고 바람이 들려주는 독경소리에 잠들고 싶은 절간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