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세상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가을 하늘은
허전하다
땅을 덮은 것 하나도 없이
하늘을 가린 것 하나도 없이
쏟아지는 햇빛
불어오는 바람
하늘을 가로질러
낙엽이라도 한 잎 떨어질까봐
마음 조인다
얼마나 오랫동안
저렇게 견딜 수 있을까
명령을 받고
싹 쓸어버리기라도 한 듯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가을 하늘은
두렵다
※ 가을 하늘은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구름은 각양각색의 무늬로 수신호를 보내오고, 바람은 심술쟁이처럼 모였다 흩어졌다 마음을 빼앗습니다. 이들이 모습을 감춘 파란 하늘은 허전합니다. 바닷빛을 닮은 얼굴만 쑥 내밀고 있는 하늘은 왠지 두렵기까지합니다. 너무 맑아 때때로 불안한 가을. 텅 빈 하늘은 나이가 가르쳐준 반성의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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