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미친짓이 아니다
결혼은 미친짓이 아니다
  • 문종극 기자
  • 승인 2012.10.21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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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문종극 <편집국장>

‘결혼은 미친짓이다’. 10여년전에 소설이 나오고 2년 뒤쯤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남녀가 만나 한 가정을 이루는 결혼의 정체와 경건함에 반란을 일으킨 소설이고 영화다.

사회적 관습에서 벗어나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두 남녀를 통해 결혼과 사랑의 의미를 그린 작품인데 시대가 변화하면서 젊은 남녀의 결혼관 역시 변화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예술은 그 시대를 가장 잘 반영한다’고 했던가. 신성시해야 할 혼인을 미친짓이라고 했다. 백보양보해서 지금 세태를 보면 미친짓 일수도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통계적으로 가장 많은 인구 집단이 베이비부머로 알고 있다. 그런데 통계청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베이비부머의 자녀 세대가 최대 인구 집단이다. 1979년에서 92년 사이에 태어난 이들. 전쟁 직후 다자녀 시대에 형성된 베이비부머가 역시 자녀를 많이 나아서 생긴 세대라고 해서 ‘메아리’ 라는 이름의 ‘에코세대’로 불린다. 이 ‘에코세대’인구는 954만명으로 국민 5명 당 1명 꼴이다. 부모 세대인 베이비부머 세대보다 260만명이나 더 많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인구집단 중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이들 ‘에코세대’가 ‘결혼은 미친짓이다’를 외치고 있어 문제다. 이들이 성장기에는 아버지 세대인 베이비부머보다 상대적으로 풍요롭게 자랐지만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벽에 부딪치고 있다.

취업이 안되니 결혼을 생각할 수 없고, 겨우 취업이 되더라도 결혼 비용 문제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아버지 세대보다 어느정도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빠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소득대비 높은 수준인 집값과 전세값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결혼 시기를 미루거나 아예 포기하는 사례가 ‘에코세대’의 공통된 고민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굳이 통계자료를 들지 않더라도 우리는 주변에서 30대 중반에서 40대를 넘긴 싱글남녀를 흔하게 볼 수 있다. 결혼을 하려는 것인지 늦추는 것인지도 애매하다. 혼기를 놓친 당사자들 자체도 주변 시선에 시큰둥하다. 결혼을 해도 좋고 못해도 별로 아쉬울것도 없다는 반응이다. 이들이 정녕 '결혼은 미친짓이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둡다.

왜냐면 ‘에코세대’인 이들이 앞으로 한국 경제성장을 좌우할 핵심적인 인구집단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결혼에 대한 가치관 변화가 아닌 경제적인 불안정 때문에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한다면 이는 국가차원의 문제이다. 결혼은 개인 선택의 문제라는 점에서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향후 대한민국을 이끌 최대 인구집단이라는 점에서 우선 국가가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적인 문제가 결혼 여부를 달리한다는데는 불만이 있다. ‘에코세대’ 당사자들에게도 정부 못지 않은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것을 주장하려는 것이다.

앞에서도 밝혔듯이 결혼은 본인 선택의 문제다. 경제가 문제라면 아버지 세대를 벤치마킹하면 된다. “단칸방 신혼집이면 어떠랴”하는 베이비부머 세대 결혼관을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물론 시대가 변했다. 시대가 변했다고 해서 이성간 사랑의 본질적인 문제까지 변할 수는 없다는데서 부모세대를 닮아보라고 권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결혼은 미친짓이다’는 생각이 변하지 않는다면 장수하는 길을 택할 것을 권한다.

최근 미국 온라인 과학전문 뉴스사이트인 라이브사이언스는 장수에 영향을 미친다고 과학적으로 검증된 7가지 요소를 소개했다. 그 중 하나가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사람이 오래 산다고 한다. 결혼 생활을 끝까지 유지하는 남자는 70살 이상 살 가능성이 높지만 이혼한 남자가 70살까지 살 확률은 결혼을 유지하는 사람에 비해 3분의 1에 불과하다는 것. 게다가 결혼을 해본 적이 없는 남자는 이혼한 남자보다는 오래 살지만 결혼을 유지한 사람보다는 수명이 짧다고 한다. 그 정도는 약하지만 여자의 경우도 남자와 비슷하다는 것.

경제적으로는 부족하지만 두 사람이 건강하게 오래 함께할 수 있다면 결혼은 결코 미친짓이 아니지 않을까. ‘에코세대’들에게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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