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계국악축제 문광부 주관이 옳다
난계국악축제 문광부 주관이 옳다
  • 권혁두 기자
  • 승인 2012.10.15 2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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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영동)

문화관광부는 해마다 전국에서 열리는 각종 축제를 심사하고 우수 축제들을 선정한다.

대한민국 대표축제 2개와 최우수축제 8개, 우수축제 10개를 뽑아 이듬해 축제에 국비를 지원하는 특전을 베푼다. 대표축제에는 국비만 8억원, 최우수에는 국·도비 합쳐 6억원, 우수축제에는 3억원이 지원된다고 한다. 지원도 지원이지만 축제를 주관하는 지자체나 단체로서는 축제의 위상과 홍보 효과를 높이기 위해 문광부 심사에 목을 매지 않을 수 없다.

영동군도 그런 지자체의 하나이다. 영동에서는 지난 3일부터 5일간 제45회 난계국악축제가 열렸다. 전국에서 700여 축제가 열린다고 하지만 40여년 연륜의 축제는 흔치않다. 영동이 반세기 가까이 난계축제를 열며 국악을 수호해온 것은 이곳이 우륵, 왕산악과 더불어 3대 악성으로 꼽히는 난계 박연의 탄생지이기 때문이다.

예산도 만만찮다. 올해 축제에 9억2000만원이 들었다. 군 단위 지자체가 단일 축제에 이만한 예산을 들이는 것도 드문 사례로 꼽힌다. 이뿐만이 아니다. 영동군은 오케스트라 규모의 군립난계국악단을 창단해 20년 이상 운영하고 있다. 군 단위 지자체로 상근단원 29명 규모의 국악관현악단을 꾸려나가는 곳은 영동군이 유일하다. 단원들은 8급 공무원 이상의 대우를 받는다. 악기와 공연비용까지 합치면 연간 운영비가 10억원에 달한다. 전액 군비이다. 군은 또 10여년전 국악기제작촌을 짓고 명인을 입주시켜 다양한 국악기를 생산하고 있다. 국악기체험촌과 국악박물관도 운영한다. 군의 국악에 대한 열정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현재 200억원 가까운 예산을 들여 국악체험촌을 건립 중이다.

의아스러운 것은 이렇게 무제한적이고 전방위적으로 국악 인프라 확충에 주력하는 한편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악을 주제로 45년간 축제까지 열어온 지자체가 지금까지 대한민국 대표축제는 커녕 해마다 8개나 선정하는 최우수축제에도 명함을 내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난계축제는 6년연속 우수축제에 그치고 있다. 물론 이것도 무시못할 성과다. 하지만 자립도 14%에 불과한 옹색한 지자체가 '국악의 메카'가 되기로 작정하고 반세기에 걸쳐 이어온 '고군분투'를 감안할 때 야박한 대접이 아닐 수 없다. 15년 밖에 안된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5차례의 최우수축제를 거쳐 3년연속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꼽히는 영예를 누렸다.

강원도 화천군의 산천어축제는 지난해 구제역 때문에 열리지도 않았는데 올해 최우수축제로 선정되는 요술을 부렸다. 열지도 않은 축제를 무엇으로로 심사했는지 궁금하다. 영동군이 문광부의 입맛과 심사 기준에 맞춰 축제를 특화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 해도 너무한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문광부의 푸대접은 이뿐만이 아니다. 부산과 남원, 진도 등에 이미 설치된 국립국악원 분원 유치를 추진한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하천서 잡아올린 민물고기로, 갯벌에 널린 진흙으로, 논·밭두렁의 반딧불이를 소재로 방문객의 지갑을 열게 하는 영악한 축제들이 대세를 이루는 시대이다. 이런 추세에 아랑곳하지 않고 입장료 한 푼 건지지 못하는 국악축제에 올인해온 영동군의 '일편단심'에 대해서 적어도 국악진흥의 주무부처인 문광부만큼은 어깨를 두드려줘야 하고, 그 격려의 방식은 보다 구체적이어야 한다.

우선 문광부가 명패만 거는 후원에 그칠 것이 아니라 난계축제의 공동 주관기관으로 나설 것을 권한다. 사실 국악의 대중화는 중앙정부도 포기한 난제이다. 시골 지자체나 사업회의 역량으로 국악축제를 대중이 호응하는 축제로 승화시키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아이돌이나 트로트 가수들이 무대에 올라 '호객'의 역할을 하는 정체 불명의 축제가 이어지는 이유이자, 난계축제가 오랫동안 우수축제에만 머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문광부가 나서 이 자그마한 지자체가 그동안 국악에 퍼부은 열의에 화답하고 힘을 덜어줘야 한다. 그 첫 단추가 난계축제에 '대한민국 대표축제'라는 합당한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다. 다음에 난계축제의 주관을 자임하고 연륜에 걸맞는 축제로 거듭날 수 있도록 재정과 노하우를 보태야 한다. 난계국악단은 물론 각종 국악 인프라 확충 및 운영에도 인색하지 않게 국비를 지원해야 한다.

영동군 역시 냉정한 자세로 재고해 볼 일이다. 갈수록 빠듯해져가는 재정에서 해마다 수십억원씩을 털어 (먼 훗날 대박을 칠지는 모르겠지만 당장에는)실속없는 국악 시책에 쏟아붓는 것이 옳은 일인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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