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뱃길의 교훈
아라뱃길의 교훈
  • 문종극 기자
  • 승인 2012.10.14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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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문종극 <편집국장>

'경인아라뱃길' 운하는 2조6759억원의 국민혈세로 만들어졌다. 아라뱃길이 완공돼 개항식을 갖던날 이명박 대통령은 이 뱃길이 앞으로 연간 3조원의 경제유발효과와 뱃길관광 및 2만5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많은 반대속에서도 호기있게 밀어붙인 대통령이 개통식에서도 호기있게 말한 것이다.

그런데 이 운하에 배가 뜬 이후 5개월이 흐른 지금, 벌써 아니라는 얘기가 나온다. 틀렸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여당인 새누리당 국회의원도 국정감사에서 꼬집었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이명수 의원(새누리당·충남 아산)은 지난 12일 열린 한국수자원공사 국정감사에서 경인아라뱃길 개항 이후 문제점을 추궁했다. 어마어마한 사업비를 들인 아라뱃길에 개항이후 오간 화물선은 고작 4척에 불과하고 볼거리·즐길거리 없는 뱃길관광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수심이 6.3m로 낮아 대형 화물선이 운행하기 어렵고 물류 운송시간이 육상 운송에 비해 4배 정도 더 소요돼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또 일각에서는 아라뱃길이 수도권 물류혁명을 목표로 조성됐지만 유람·관광선만 운항될 뿐 화물선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경인아라뱃길은 인천 서구 오류동과 서울 강서구 개화동을 잇는다. 주운수로 길이 18km, 수심 6.3m로 최대 4500톤의 선박이 다닐 수 있다. 이 때문에 244만㎡의 인천터미널과 187만㎡의 김포터미널에 컨테이너 부두와 물류단지가 조성됐으며 서해와 한강에 갑문도 설치했다. 그러나 운하를 완공, 배가 뜰 수 있도록 했는데도 물류 수송은 거의 없고 유람선만 하루 2척 운항할 뿐이란다. 유람선도 신통치 않은 모양이다.

현재 상태로만 본다면 '경인아라뱃길'은 실패한 운하다. 만약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결국 유지하기도, 그렇다고 폐쇄할 수도 없는 골치아픈 '유령운하'가 될 것이 뻔하다.

이를보면 이미 끝난 일이라고는 하지만 한반도 대운하사업이 그대로 추진됐다면 어찌됐을까. 아찔할 뿐이다.

이명박 정권이 대선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추진하려던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경부운하, 경인운하, 호남운하(영산강 운하), 금강운하, 북한운하로 이뤄져 있다. 이 계획의 핵심인 경부운하는 낙동강과 남한강을 가로막는 소백산맥의 조령을 뚫어 인천에서 부산까지 이어지는 내륙운송 수로를 4년만에 건설하겠다는 것이었다.

전국을 이리저리 쪼개고 갈라 물길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는데 대규모 촛불시위 등 국민적 저항에 부딪치면서 결국 포기한 것이다. 경제적 생산효과보다는 식수원 오염, 생태계가 파괴, 정체불명의 각종 동물 도심지 유입, 엄청난 국민혈세 투입, 사회적인 비용 과다 등 무수히 많은 부정적 이유를 들어 국민들은 반대를 했다.

개통 5개월이 흐른 아라뱃길의 경우 경제효과마저도 벌써부터 부정적인 견해가 나오고 있다. 대규모 시위를 벌이며, 국민들이 반대했던 그런 부정적인 부분까지 현실화될 경우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참으로 다행스럽다는 생각이다. 전 국토가 '유령운하'가 되지 않은 것만도 얼마나 안도가 되는가 말이다.

이미 끝난 지난 일이지만 대선후보들이 교훈으로 삼아야할 일이다.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이 있다. 진정한 권력을 쥐기 위해서는 국민적 합의가 가능한 공약이 나와야 한다. 더 이상 국민을 볼모로 하는 표 훓기는 안된다. 국민들에게 무거운 짐을 지우는 공약도 안된다. 국민들이 지금 무엇을 원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절실한 마음으로 들여다봐야 한다. 국민들에게 큰 부담을 안기는 한반도 대운하와 같은 공약으로는 지칠대로 지쳐있는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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