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가족'과 캥거루족
'고령화 가족'과 캥거루족
  • 남경훈 기자
  • 승인 2012.10.09 21: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남경훈 취재1팀장(부국장)

천명관씨의 소설 '고령화 가족'이 영화로 선 보인다.

오는 15일 크랭크인하는 영화 고령화 가족(감독 송해성)은 인생의 막다른 길목에 선 세남매(윤제문·박해일·공효진 분)가 나이 든 엄마(윤여정 분)의 집으로 모여 들면서 일어나는 온갖 사건사고를 유쾌하게 담아낸다고 한다.

큰아들은 강간 등 전과 5범에 120kg에 육박하는 거구다. 유일하게 대학을 나와 나름대로 기대주였던 둘째아들은 첫 영화를 시원하게 말아먹고, 영화판과 아내에게 버림받아 알코올중독자가 됐다. 예쁘장한 막내딸은 물장사를 거쳐 이 남자 저 남자와 바람을 피우다 딸 하나 딸린 이혼녀가 됐다. 이런 등장 인물에'고령화 가족'은 '후줄근한 중년'이 돼 가난한 엄마에게 얹혀 살 수밖에 없는 삼남매와 그들을 거두는 엄마의 이야기다. 소설에선 삶의 낙오자로 전락한 중년 캥거루족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대학을 졸업한 후 자립할 나이가 됐는데도 취직을 하지 않거나 직업을 가져도 독립적으로 생활하지 않고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젊은 층을 일컫는 말이 캥거루족이다.

고령화가 소설과 영화의 제목이 될 만큼 현재의 대표적 사회현상이 된 것 만큼은 확실한 것 같다.

전통적인 대가족에서 현대화를 거치며 핵가족화 된 사회, 그 다음 고령화 가족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더욱이 고령의 가구주인 부모와 동거하는 30~49세 자녀가 크게 늘고 있는 것은 고령사회의 또다른 골칫거리다.

캥거루족의 증가는 청년실업과 무관치 않다. 노동시장에 진입할 시기를 놓치면 갈수록 노동시장에서 배제된다. 학교 졸업 후 제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급기야 결혼까지 포기하며 30~40대 캥거루족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 청년실업의 현주소다.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지 못해 경제적 독립이 힘든 사회는 절망의 사회다. 자립하지 못한 미혼자가 증가하면 저출산이 가중되고 노동인구는 감소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당연히 국가의 성장동력이 위협받게 되고, 빈곤 계층의 확대는 사회 불안을 조장할 수도 있다.

이런 상태에서 고령자들은 더욱 늘어만 간다.

충청지방통계청의 2012년 고령자 통계를 보면 충북지역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14.2%를 기록, 전국 6위를 차지하며 이미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4% 이상이면 고령사회로,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된다.

충북의 65세 이상 고령자가 가구주인 '고령가구'도 21.8%(전국 7위)로 10년만에 5.3%포인트 높아지는 등 갈수록 증가추세다. 이 때문에 전국적으로는 6.2명이 고령자 1명을 부양하지만 충북은 5.0명이 1명을 부양해야 하는 실정이다.

원인은 출생율이 계속해서 감소함에 따라 젊은 층이 서서히 감소하고 상대적으로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고령자 비율이 높아가기 때문이다. 또한 사망율이 저하돼 결과적으로 평균 수명이 신장하면 고령자 인구가 증가해 고령화가 진행된다. 다산(多産) 다사(多死)의 시대에서 소산소사(小産小死)로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화려한 전성기를 보낸 고령자들에게'이제 은퇴하고 좀 쉬세요' 라는 말은 달콤한 수사에 불과할 뿐 그들이 처한 현실은 전혀 그렇치 못하다. 결국 고령화 가족과 캥거루족은 떨레야 뗄수 없는 이슈가 됐다.

그래서 70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내놓는 후보가 상당한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