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곡동 특검과 도덕성 회복
내곡동 특검과 도덕성 회복
  • 연규민 <칼럼니스트>
  • 승인 2012.10.09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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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규민 <칼럼니스트>

언젠가 이 난을 통해서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지난 해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하위권에 속했으며, 우리와 한 핏줄인 북한은 대상국 140여 나라 중에 최하위를 기록했다고 전한 바 있다.

최근 방위산업체를 대상으로 한 투명성 지수 등급에서도 우리나라 방위산업체 5곳은 모두 D 이하의 낮은 등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어쩌다 우리 사회가 이처럼 도덕성이 땅에 떨어졌을까?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속담을 굳이 끌어들이지 않아도 지도층의 도덕성 상실, 도덕불감증이 사회를 이렇게 만들었음을 쉬 알 수 있다.

고위직 임명을 앞두고 실시되는 인사청문회 때마다 탈세와 위장전입은 기본이 되었다. 그러니 국민들도 그 정도는 살아가면서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법을 철저하게 지키려는 사람은 사회 부적응자처럼 여겨진다.

고위층 도덕불감증의 결정판은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터 매입사건이다.

사저 터를 아들 명의로 구입하였다.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은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과 그 밖의 물권을 실체적 권리관계와 일치하도록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하게 함으로써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ㆍ탈세ㆍ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고 부동산 거래의 정상화와 부동산 가격의 안정을 도모하여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 법 제3조(실권리자명의 등기의무 등) 제1항은 "누구든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의 명의로 등기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을 대통령이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거기에다가 경호실이 경호를 위한 건물을 짓기 위해 부지를 함께 매입하면서 경호실 부분은 비싼 값에, 대통령 사저 부분은 낮은 값에 구입하여 국고를 손실시켰다. 이런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제대로 된 사죄와 해명도 없는 상황에서 관련자는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검찰도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았다는 의심을 받았다. 결국 여당까지도 합의하여 특검 법안이 마련된 것이다.

사실 살아가면서 실수도 있고, 잘못도 저지를 수 있다. 인간적인 약함 앞에 법도 눈물이 있다. 그것은 진실을 밝히고 용서를 구할 때, 진정한 참회가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국민들은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고 용서하지 않았는데도 국민의 법감정에 반한 무혐의 처분으로 국민을 절망감에 빠뜨렸다. 깨끗하게 사과하고,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고, 재임 중에는 소추를 당하지 않으므로 임기를 마친 후에 합당한 처분을 받겠다고 하였으면 국민감정은 벌써 용서하였을 것이다.

어쨌든 우리나라의 도덕수준은 한없이 낮아졌다.

아무리 경제가 발전해도 도덕수준이 낮아지면 삶이 피곤하다. 눈치 빠르고 약아빠지지 않으면 밥벌어 먹고 살기 힘들어진다. 세금 아닌 세금이 생겨난다. 정직하게 법을 지키며 사업을 하거나 일상을 이어가면 반드시 손해를 보거나 실패하게 된다.

학교와 언론에서 가르치고 보도하는 것과 반대로 하면 성공한다는 공식이 생겨난다.

김구선생보다는 이승만과 박정희와 전두환이 존경받는 세상이 된다. 아니 지금도 그들을 추종하는 무리가 많은 우리 사회는 이미 절망과 야만의 세월로 접어들었는지 모른다.

끝까지 부끄러움을 모르는 집단을 향해 정의를 세우지 못한다면 결국 우리사회는 북한처럼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정직하게 일하고 부지런히 일하고 창의성을 발휘하면 건강하게 가족과 행복하고 윤택한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는 지도자의 행실 하나에도 크게 좌우된다. 누가 당선되든 제발 도덕성을 지니고 부끄러움을 아는 집단이 지도층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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