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불신의 심각성
정치 불신의 심각성
  • 오창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12.10.03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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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오창근 <칼럼니스트>

추석 연휴 실시된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기관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양자대결에서는 무소속의 안철수 후보가 다소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 한 번의 TV 출연으로 유명세를 타더니 서울시장 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급기야 대선 후보로까지 등장했다. 안철수 현상으로까지 불리며 정치판을 뒤흔든 요인을 두고 여러 평이 있었지만 가장 크게 작용한 것이 기성정치에 대한 혐오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정당정치를 무너뜨리고 기성정치의 거물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현 상황을 바라보는 국민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하나의 정치실험으로 봐야 할지 아니면 국민 다수가 원하는 새로운 정치형태의 출현으로 봐야 할지 해석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다수가 안철수 후보가 정치 문외한이지만 높은 도덕성과 깨끗한 대중적 이미지에 높은 기대를 걸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물론 정치라는 것이 치열한 경쟁을 수반할 수밖에 없으며 높은 도덕성을 지녔다고 반드시 뛰어난 정치력을 발휘한다는 근거도 없다.

그러나 이러한 국민의 열망 뒤에는 기성정치에 대한 뿌리 깊은 실망감이 작용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정당정치가 취약하고 국민에게 외면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러한 이유로는 만연한 금품수수 비리, 이권개입, 부도덕한 사람에 대한 공천 등 정당이 보여준 행태에 대한 실망감이 크게 작용했다.

그래서 "조직도 세력도 없는 만큼 빚진 것도 없다"는 그의 말에 기성정치가 가진 구태를 벗어나 국민이 원하는 정치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희망을 품는지도 모른다.

얼마 전 송영선 전 새누리당 의원이 기업가에게 금품을 요구하는 추악한 내용의 녹취록이 세상에 나왔지만 먼 옛날이야기처럼 금방 잊고 만다. 정치집단은 원래 그렇다는 의식이 팽배해 있다. 그들은 늘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 그들은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수사결과가 나오면 마지못해 인정하면서 '대가성은 없었다'라는 말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언제부터인가 공식이 되어 버렸다.

자신에 대한 의혹은 공작정치고, 구태의연한 흑색선거라는 말로 치부하면 국민은 으레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갈 정도로 정치에 대한 불신은 만연해 있다. 검찰청을 당당하게 들어갔다가 나올 때는 급하게 검찰 차의 뒷좌석에 잽싸게 몸을 숨기는 모습에 국민은 환멸을 느낀다.

뻔뻔함과 가식, 반성할 줄 모르고 변명으로 일관하는 그들의 모습에 국민과 지역구를 위한다는 선거 전의 당당함은 어디 가고 없다.

지난 4.11 총선에서 이러한 문제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김형태 의원은 제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그와 관련된 녹취록이 나왔지만, 지역구 주민은 그를 뽑아주었고, 문대성 의원은 논문표절이 확실하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비등했음에도 그 또한 당선되었다. 또한, 충북에서도 성매매와 금품수수 등의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 당선되었다.

문제는 그들을 뽑아준 지역주민이 아니라 그러한 정황을 분명히 알 수 있는 중앙당에서 모르쇠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제1당이 되기 위해선 여타 인물도 상관이 없다는 식이다. 결국, 두 명은 탈당 조치했고, 한 명은 최고의원이 되었다. 당선만 되고 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결국 정치혐오증을 가중시켰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불거진 정우택 의원이 2010년 지방선거 직전 지방의원에게 돈을 건넸다는 민주통합당의 고발과 관련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또한 '김태호 터널 디도스' 의혹과 관련해서도 진상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공작정치, 흑색선전'이라는 것이 새누리당의 주장이지만 검찰 수사를 통해 곧 밝혀질 것이다.

공자는 정치를 묻는 제자의 질문에 정치는 바른 것이라고 했다. (政治正也) 의혹이 낱낱이 밝혀져 정치에 대한 불신이 가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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