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Psy)
싸이(Psy)
  • 정규호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비엔날레부장>
  • 승인 2012.09.20 21: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정규호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비엔날레부장>

본명이 박재상인 이 젊은 가수에 대해 나는 8월 26일 게재된 충청논단을 통해 강남스타일의 문화적 보편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소개한 바 있다.

부끄럽다. 그 때 나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빌어 부자동네인 서울특별시 강남에 대해 노골적인 불편함을 드러냈다. 어떤 이는 나의 이런 곤궁함을 물질과 정신적으로 결코 풍요롭지 못한 처지에 따른 시기와 질투 쯤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다.

그러면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를 열광하게 하는 것은 고급스러움과 차별화된 우월적 지위로의 문화를 차라리 무시하면서 이를 문화적 보편성으로 전이하는 반전에 묘미가 있다."는 식으로 어줍잖은 포장을 하기도 했다. 이런 치기에 대해서도 문화 현상에 대한 쓸데없는 평가이거나 분석을 적용함으로써 오히려 감흥을 반감시키는 역작용이 있다는 비난 역시 모면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부끄러움과 함께 나는 솔직하게 유튜브를 통해 엄청난 크기로 커지고 있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의 위력을 어느 정도 예감하기는 했으나, 지금처럼 미국 전체를 들썩거리게 할 정도에 이를 것임은 예상하지 못했다.

이 역시 틈만 나면 '문화와 예술'을 들먹이며 보통과는 다른 위치에서 군림하려는 내 얄팍한 꼼수와는 달리 사람들이 왜 강남스타일에 열광하는 문화현상을 만들고 있는 지를 분간하지 못하는 용렬함과 맞닿아 있다.

그러니 싸이와 강남스타일을 놓고 문화가 어떠니, 또 예술은 어떤 것이며 거기에는 어떤 상징적 의미부호가 내장돼 있다는 식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 역시 반드시 타당성 있는 가치기준은 아니다.

가수로서의 예명 싸이(Psy)는 정신병자와 신경증 환자를 뜻하는 싸이코(Psycho)와 연관되는 유사성이 있다.

가수 싸이는 실제로 그런 연결고리를 의식하며 예명을 지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런 보통과는 다른 싸이의 시도는 오히려 정상인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선다.

그런 싸이의 범상치 않음의 원동력은 '제대로 놀기'이다. 놀아도 아주 아주 제대로 노는 것. 너무너무 즐길줄 아는 것 그 자체가 본명이 박재상인 가수 싸이의 든든한 철학적 바탕이다.

우리는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제 아무리 노력하는 사람일지라도 즐기는 사람을 뛰어 넘을 수 없다."는 말에 익숙하다.

그러나 그런 진리에도 불구하고 매사를 즐겁게 마주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당장 입시를 코앞에 두고 있는 수험생들도 그렇고, 식솔들을 거느려야 하는 가장의 입장에서도 공부와 일을 한다는 것 자체를 기꺼이 여기며 즐기기 보다는 고단함을 토로하는 일이 많다.

남들이 어떻게 보는지를 개의치 않고 '정숙해 보이지만 놀 땐 노는 싸나이'가 되기까지에는 수많은 연습과 노력을 통한 경지에 다다르지 않고는 이룰 수 없다.

보이지 않는 말을 타는 듯한 우스꽝스러운 춤사위로 사람들을 기쁘게 하고, 우리와는 언어와 문화가 다른 미국사람들을 열광하게 하는 것은 그야말로 제대로 노는, 엔터테이너로서의 재능이 넘쳐나는 싸이이기에 가능하다.

우리가 강남을 보통과는 다른 특별한 구역으로 구분지을 때 싸이는 그곳을 낮에는 젠틀하고 댄디하기 그지없으나 밤이되면 반쯤 미쳐버린 듯한 노는 곳의 천국으로 의미를 부여한다.

한국말로 노래되는 '강남스타일'이 미국을 들썩이게 하는 힘에는 그러나 그런 노랫말이 전하려고 하는 의미심장한 전달체계와는 큰 상관이 없다.

그저 잘 계산된 음악적 비트와 모든 사람들에게 통용될 수 있는 말춤의 몸동작이 그들을 기쁘고 즐겁게하면서 싸이를 환호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제대로 노는 것과 즐기는 것, 그리고 엄숙하게 일하고 공부하며 노력하는 일 가운데 과연 어느 것이 본질적인 진실이며, 인간의 참모습인가. 나를 즐길 줄 알면서 세상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싸이. 말춤과 강남스타일 하나로 미국을 초토화시킨 싸이 만큼 우리도 즐길 준비가 되어 있는가. 나는 그런 즐거움을 얼마나 갖추고 있는가.

나는 싸나이, 그런 싸나이. 오빤 강남스타아~~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