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 그리고 새로움
익숙함 그리고 새로움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2.09.13 2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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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정규호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비엔날레부장>

혁신과 혁명은 대부분 그렇게 시작된다. 모든 새로운 것들이 세월의 흐름에 따라 낡아 익숙해지고 사람들은 노련하다 못해 노회하면서 그 편안함에 자꾸만 길들여진다.

그때즘이면 사람들은 변화와 도전을 망설이게 되고 거기서 비롯되는 모순과 부조리의 유혹을 쉽게 떨쳐내지 못한다.

그리하여 획일적이고 고정된 사고방식에 지배되는 세상 모든 것들에 대해 사람들이 싫증을 느낄 즈음 이를 타파하기 위한 방식으로 우리는 변화를 시도한다.

사람들이 갈망하는 변화는 대개 새로움의 형식으로 나타난다. 지금까지 세상에 선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새롭게 만들어내면서 사람들이 느끼는 경이로움과 신비로움, 그리고 창조성은 인간 스스로를 놀라게 하며 새로운 활력소가 된다.

인류 역사와 함께 한 세상의 모든 혁명은 길들여진 것, 즉 익숙함에 대한 변화의 욕망에서 비롯됐다.

인간이 세상을 지배하는 원천이 된 불을 사용하는 변화는 인간보다 훨씬 힘세고 날래며, 위협적인 능력을 가진 짐승들을 물리칠 수 있는 혁명을 만들어 냈다.

손짓과 발짓, 몸짓 등 몸부림을 통해서만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던 답답함은 언어라는 기호체계를 통한 정확하고 편리하며, 더 많은 정보와 의사를 교환할 수 있는 혁명이 됐다. 그후로도 사람들은 문자를 만들어 내고 기록을 통해 경험과 학습을 통해 얻은 지식에 대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역사적 전달체계를 구축하는 변화를 가져 왔다.

권력이 한 곳으로 집중되면서 빚어지는 폭정과 업악, 그리고 완벽한 지배와 피지배 체제에서의 길들여지고 강요되는 익숙함에 대해 시민의 이름으로 당당하게 맞서는 혁명의 역사는 왜곡된 익숙함에 대한 새로움의 시도였다.

반민주와 독재의 사슬을 끊고 당당하게 봉기하며 피흘리던 민주화 운동의 역사 또한 그런 익숙함에 대한 혁명적 도전이다.

그렇다고 세상의 모든 익숙한 것들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런 익숙함이 필연적인 새로움으로 순간 순간 대체되어야 할 비토의 대상 역시 물론 아니다.

눈과 귀를 비롯한 모든 감각 기관에 익숙한 것, 그리고 모든 생활의 주변에서 편리함으로 남아있는 익숙함은 미덕이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의 유물과 작품들은 대부분 지금은 박제화되었으나, 언젠가는 세상을 놀라게 하거나 심지어 개탄스럽게 하고 충격과 비난에 휩싸였을 정도로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들이다.

그런 새로운 것들은 모두가 당대의 혁명적인 변화의 시도이거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들이다.

그런 변화의 시도와 필요성은 인류에게 친근함과 익숙함으로 보편화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를 편안하게 한다.

그러나 그런 편안함과 친근함, 그리고 오래된 경륜이 우리 스스로 느끼지 못하는 사이 개념없이 익숙해지면서 습관적이고 고질적으로 정형화되는 일은 경계해야 마땅하다.

8번째 개최되는 2013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의 주제가 '익숙함 그리고 새로움'으로 정해졌다. 영문표기는 'SOMETHING OLD, SOMETHING NEW'.

한 때 청주 산업의 근간을 이루었던 옛 연초제조창의 공간적 익숙함이 공예를 중심으로 하는 문화와 예술의 새로움으로 탈바꿈하는 혁명의 시도가 역사적 연속성으로 이어지는 상징이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의 주제 '익숙함 그리고 새로움'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일상 속에 스며들어 있는 공예의 익숙함과 그 속에서 발견되는 '새로움'이 대비되면서, 시공을 초월해 친숙했던 공예가 다시 낯설음으로 새롭게 변화되는 힘의 상징이기도 하다.

유사성의 계열화를 차이의 구조화로, 도 구별되지 못한 동일화를 관계의 동등성으로 견인하는 철학적 개념 역시 '익숙함 그리고 새로움'에는 내포되어 있다.

거기에는 또 상상력의 변신을 개념 내부의 은유로, 자연-문화의 거대한 연속성을 자연과 문화간에 유사성 없는 대응 관계를 배분하는 상징체계에 대한 탐닉도 담겨있다.

익숙함 그리고 새로움'을 통해 공예는 일상이 되기도 예술적 가치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 되기도 한다.

2013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내년 가을, 9월 11일부터 10월 20일까지 40일간 옛연초제조창에서 열린다.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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