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를 끝내고
잔치를 끝내고
  • 신금철 <수필가>
  • 승인 2012.09.10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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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신금철 <수필가>

70억 지구인들의 잔치인 런던 올림픽이 17일의 대장정을 마치고 화려한 폐막을 했다. 유난히 더운 여름 나는 불운하게도 왼손 엄지손가락에 이상이 생겨 수술을 하고 붕대를 잔뜩 감는 고통을 겪게 되었다.

시원한 계곡과 바다에서 피서를 즐기는 이들이 그 어느 때보다 부러운 마음으로 그야말로 방콕을 하게 되었는데 다행히 올림픽의 볼거리들이 위안이 되어 주야로 TV를 눈에서 떼어놓지 않았다.

경기를 보는 즐거움도 있었지만 선수들의 아픈 이야기를 들을 때엔 가슴이 찡하였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비닐하우스에 사는 부모님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하던 유도선수는 금메달을 따면 부모님의 집을 지어드리겠다는 효도의 말로 우리를 또 한 번 감동시켰다. 부모의 재산을 욕심내어 갖은 나쁜 방법으로 부모를 위해하는 일까지 벌어지는 무서운 젊은이들에게 경종을 울려주는 아름다운 이야기인 것 같다.

전부터 축구경기를 보는 일에 흥미가 있었기에 금번 올림픽 예선 때부터 치러진 축구 경기를 한 번도 빼지 않고 보았던 나는 축구 경기가 있기 전 며칠 전부터 가슴이 설레고 기분이 좋았다.

대부분의 경기가 시차가 다른 관계로 자정을 넘어 이루어졌지만 잠이 많지 않은 나는 밤을 새워가며 경기를 지켜보아 가족들에게 쓴 소리를 듣기도 했다.

금메달을 노리는 남미의 최강 브라질과의 경기에선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고 밥맛도 잃었다.

결국 결승진출에 실패하고 영원한 숙적인 일본과 동메달을 건 경기가 이루어지던 날, 침대에 누워서 보던 다른 경기와 달리 앉은 자세로 경기를 보며 가슴을 졸였다. 드디어 시원한 첫골이 터지고 이어서 청주의 출신 선수가 두 번째 골을 터뜨릴 때 눈물을 흘렸으며 목이 메었다.

과거 36년 동안 우리 조상님들이 주권을 빼앗기고 당한 억울함은 일본의 어떤 사과와 보상에도 용서가 되지 않는 슬픈 역사인데 아직도 일본은 용서는커녕 엄연한 우리 땅을 자기네 땅이라 우기는 파렴치한 행동을 하고 있다. 강제징용으로 우리의 조상님들에게 잔인한 짓을 했으며 꽃다운 청춘을 위안부로 끌고 가 한 생애를 비참하게 살도록 못된 짓을 하고도 진정한 사과와 보상을 회피하고 있다.

얼마 전 시내버스 승강장에서 중년의 여인으로부터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받고 당황한 적이 있다. 수수한 차림이었지만 교양있는 태도의 여인은 당황한 나에게 자신은 일본인이라고 말을 건넸다. 그리고 나에게 '미안합니다'라는 말을 했다. 말은 좀 어눌했지만 과거 조상들이 우리나라에 저지른 만행에 대한 사과였다.

이 여인처럼 진정으로 일본이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진심어린 사과와 피해 보상이 있기 전 일본과의 문제는 쉽게 풀 수 없는 심각한 과제이다.

기쁨에 넘쳐 관중이 넘겨준 '독도는 우리 땅' 피켓을 들었던 우리의 선수가 시상식에서 메달을 걸지도 못한 채 쓸쓸히 귀국하는 슬픔을 겪게 되는 씁쓸함을 남긴 채 잔치는 끝났다.

올림픽 참가 사상 5위라는 빛나는 상장을 들고 온 대회에 참가했던 모든 선수들에게 힘찬 박수를 보내며 아직도 내 왼 손은 붕대에 싸여 기승을 부리는 폭염을 어떻게 보낼까 시름에 쌓이지만 승리의 함성소리로 마음을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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