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은
이 땅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은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2.09.03 2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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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연지민 취재1팀(부장)

결론부터 말하면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은 불안하다. 아니 여자여서 무섭다. 공포스럽다. 단지 여성이란 이유로 남성들의 성적 표적이 되고 있는 사회의 현실이 두렵다. 성범죄의 증가로 인해 어린 아이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이 땅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은 두려운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나주에서 잠자던 7살 여자아이가 이불째 납치돼 성폭행 당했다. 그것도 가장 안전하다고 믿고 있는 집에서 납치되어 당한 성폭행이기에 더 충격적이다. 범인은 20대 이웃 남자다. 이불에 쌓인 채 납치된 그 어린 것이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범인은 무자비하게 어린아이를 짓밟았다. 한 순간 욕망으로 어리고 여린 삶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혔다.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르고 '술김에' 그랬다는 범인을 보면서 또 한번 망연자실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사전 조사 속에 계획적으로 이루어진 아동 성범죄였음이 밝혀지면서 분노는 절망에 가까운 무기력에 빠져들게 한다. 자신의 성적 욕망을 채우기 위해 최소한의 상식도, 최소한의 윤리도 작동하지 않은 철면피 인간이다.

이는 나주의 성폭행범 뿐만이 아니다. 불과 3년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8살 성폭행범 조두순사건이 그랬고, 물놀이 하는 4살 여자아이를 보고 성충동을 느껴 범죄를 저질렀다는 40대 남자, 학교가는 초등생을 납치해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통영의 성범죄자 김씨도 철면피이긴 마찬가지다. 이들은 평범한 척 가장하고 살다가 힘없고 연약한 어린 아이들을 타겟으로 성범죄를 저지른다.

여자이기도 전인 아이들에게, 이제 막 세상에 눈 뜬 아이들에게, 자기방어 능력조차 없는 아이들에게 이 무지막지한 어른들은 대체 무슨 짓을 한 건지. 잔인하기 이를 데 없다. 인간이길 포기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범죄자들이다.

충격과 함께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아동 성범죄는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서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 지난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우리나라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4천 건을 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올해만도 6월 현재 400여건이 넘었다. 신고가 접수된 것만 따져도 하루 평균 2.17건 꼴로 아동 성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발생 빈도만 보아도 우리 주변 어디엔가에 아동을 노리는 성범죄자들이 숨어있음을 알 수 있다.

아동 성범죄의 증가와 함께 나이를 불문하고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성범죄는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은 너무 가볍다. 특히 아동 성범죄자의 경우 집행유예 판결로 풀려난 사례가 지난해 전체 43%였다고 하니 범죄인을 방관한 꼴이다. 결국 법과 제도의 솜방망이 처벌이 아동 성범죄자들에게 재범의 기회를 주고 있다는 비난여론이다.

사회적 약자이자, 물리적 약자인 여성들을 성범죄에 노출되기 쉽다. 사회 안정망이 무너지면서 학교도, 사회도, 집마저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벌어지는 강력 사건은 생활 자체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여성들이 불안하다는 것은 가정의 불안으로 이어진다. 부모들은 아이를 혼자 밖에 내보기가 두렵고, 예비 부모들은 아이 낳기가 두려운 세상이다. 사회불안이 가중된다면 모두가 피폐해질 수 밖에 없다.

성범죄 수법이 갈수록 잔혹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성범죄자에 대한 격리 조치와 강력한 처벌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여성이란 사실이 두렵지 않도록 실효성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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