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수렁'서 문화원 살리는 길
'성매매 수렁'서 문화원 살리는 길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2.08.29 21: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조한필 부국장(천안·아산)

천안서북구문화원(옛 성환문화원)이 수개월째 파행을 겪다 결국 해체 위기에 놓인 건 전임 원장과 임원들 때문이다. 그들이 문화원 임원으로서 '있어선 안될 일'을 벌이고도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원을 살리려면 현 임원 전원이 사퇴하고, 평회원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수습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만 130여 명 회원 신뢰를 되찾고 충남도ㆍ천안시 보조금 지급을 회복할 수 있다.

'필리핀 파문'의 당사자들, 이를 묵인한 다른 임원들 모두 함께 책임져야 한다. 성매매 문제가 쉽게 가라앉을 것으로 과소평가해 이 지경까지 몰고온 책임이 있다.

지난 2월로 되돌아가 보자. 성환읍체육회 임원을 겸직한 문화원 임원 4명이 다른 8명과 함께 유흥성 필리핀 여행을 떠났다. 도착 첫날 현지 여성 12명에게 돈을 지불하고 '2박3일 동행'계약을 했다. 이튿날 사단이 벌어졌다. 오전 해변 놀이에서 다친 한 여성과 또 다른 3명이 1박2일만에 돌아간 것이다. 화가 난 파트너 남성 4명이 여행가이드에게 환불을 요청했다. 그 과정에서 여성들을 주선한 현지 술집의 한국인 주인이 납치극을 꾸몄다.

회원 4명이 납치되고 각각 600만원씩 총 2400만원 몸값을 내고 귀국할 수 있었다. 이 사건은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경찰에선 여행가이드 최모씨(33)의 인질강도 혐의만 수사하는 게 아니라 회원들 해외성매매를 조사하고 나섰다.

본인들은 예상치 못한 일일지 모르나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곧바로 문화원장 선거에 나설 L씨가 가장 큰 문제였다. 성매매 문제가 크게 번지지 않을 걸 바라며 선거에 나섰다. 그러나 당선된 후 바로 충남경찰청 외사계의 집요한 조사가 시작됐다. 필리핀 경찰과의 공조 수사로 여성들 신원 및 지불한 정확한 액수가 확인됐고 여행객의 일대일 파트너 관계까지 밝혀냈다.

경찰 조사를 낌새 챈 천안시에서 L씨의 원장 취임을 만류했다. 천안시에 치욕스런 일이 벌어질 위험이 컸기 때문이다.

몇해 전 원장 성추행 사건으로 천안문화원이 문을 닫더니 이번엔 문화원장이 성매매 사건에 연루됐으니. "천안의 문화원은 성(性)문화원이냐"고 손가락질 당할 게 뻔했다.

L씨는 꿋꿋했다. "나는 깨끗하다"며 원장에 취임했다. 곧 경찰에 소환 당했다. 인구 60만 대도시 천안시의 문화원장이 경찰관 앞에서 "성관계를 가졌냐, 안 가졌냐"는 추궁을 받았다. L원장은 3개월여 만에 사퇴했다.

그 사이 보조금은 중단되고 문화원 사업은 올스톱, 지금껏 직원 월급은 지급되지 않고 있다. 문화원장이 문화원을 식물문화원으로 전락시킨 셈이다.

최근 천안 검찰이 성매매사건을 종결지었다. 2명은 불기소, 나머지 10명은 성구매자 재범방지 교육(존스쿨교육)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성매매죄가 인정된 셈이다.

문화원 '관계자'4명은 처분이 엇갈렸다. 일부는 존스쿨 교육, 일부는 불기소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무혐의 처분 받은 임원이 "결백이 이제 입증됐다"며 회원들 앞에 떳떳하게 나섰다. 성관계 입증이 안 됐을 뿐이지 문화원 임원으로 여성을 돈으로 사는 부적절한 행동을 저지른 걸 잊은 것이다. 회원과 주민의 곱지않은 눈총은 외면하는 듯하다 .

지금이라도 천안서북구문화원 정관에 임원 자격을 '학식과 덕망 및 도덕성을 갖추고 지방문화원 중흥발전에 공헌할 수 있는 자'로 명시한 것을 기억하고 바른 선택을 하길 바란다. 문화원을 살리는 마지막 기회가 임원들 결정에 달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