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볼라벤'
태풍 '볼라벤'
  • 남경훈 기자
  • 승인 2012.08.28 21: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남경훈 취재1팀장(부국장)

한반도를 덮친 초대형 태풍 '볼라벤(BOLAVEN)'이 할퀴고 간 뒤끝은 정말로 처참했다.

가로수와 신호등은 잡초 뽑히듯 뿌리째 뽑혀나갔고, 가족들의 든든한 저녁을 지켜온 지붕은 속절없이 무너져내렸다.

아이들이 뛰놀던 앞마당은 퍼붓는 폭우에 잠겨버렸다.

무너진 전봇대가 불러온 암흑의 새벽엔 건물 높이의 파도가 방파제를 비웃으면서 누군가에겐 '생의 전부'일 선박들을 덮쳤다.

한반도 전 해상에는 태풍특보가 발효됐고, 10m 넘는 파도가 일렁였다. 서해안에는 폭풍 해일 피해도 컸다.

볼라벤의 위력으로 전신주도 잇따라 무너지면서 전국 150만여 가구에서 정전이 일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집중 호우로 제주와 남부 지역에서만 2000여 대의 차량이 침수되거나 파손돼 100억 원의 피해가 난 것으로 보험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서해상의 모든 뱃길과 인천대교 등 교량들도 전면 통제됐다.

하늘길도 막혀 대한항공의 경우 이날 국제선 41편이 결항했고, 국내선 139편은 모두 뜨지 못했다.

열차 운행도 차질을 빚었다. 볼라벤 피해가 늘어나면서 전국 대부분의 초등학교와 유치원 등은 이날 휴업에 들어갔다.

초속 33m이면 사람도 날아가게 만든다는 강풍은 순간 최대 초속 51.9m까지 치솟았다.

2003년의 매미(초속 60m), 2000년의 프라피룬(58.3m), 2002년의 루사와 2007년의 나리에 이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초강풍이다.

내륙지역인 충북도 역시 가로수가 넘어지고 지붕과 간판, 유리가 부숴지는 피해가 잇따랐다.

보은 속리산 정이품송(천연기념물 103호) 밑동 옆의 가지 1개가 강풍을 견디어 내지 못하고 부러졌고, 괴산군 청천면 천연기념물 290호인'괴산 삼송리 소나무' 일명 '왕소나무(王松)'도 강풍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졌다.

또 청원 내수와 영동 상촌, 청주 수동 등 4000여 가구에 전력 공급이 끊겼고 유치원과 초중학교 등 도내 123개 학교가 휴업을 했다.

태풍은 최대풍속이 초속 17m 이상인 폭풍우를 동반한 저기압을 말한다. 지구 자전 때문에 항상 북서쪽으로 발달하는 게 특징이다. 태풍의 강도는 바람세기에 따라 구분한다.

최대 풍속이 초속 25m 미만이면 '약', 초속 33m까지는 '중', 초속 44m를 기준으로 '강'과 '초강력'으로 나뉜다. 우리나라에는 보통 8월 말부터 9월 사이에 두세 차례 찾아온다. 인명손실이 가장 많았던 것은 1232명이 죽거나 실종된 1936년의 태풍이다. 재산피해는 2002년 태풍 루사 때 발생한 5조1479억원이 가장 컸다.

태풍은 육지에서는 큰 피해를 가져다주지만 바다 생태계에는 도움도 준다. 엄청난 바람으로 인해 바닷물이 아래위로 서로 섞이게 되어 어류들에게 풍부한 영양을 공급한다.

세계 기상재해 통계연구에 따르면 기후 변화로 30년 전에 비해 홍수, 태풍, 가뭄 등 기상재해가 2배 이상 늘었고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피해인구는 4배 이상 늘었다.

재난에 대한 최적의 대책은 재난이 발생한 후에 자금을 물쓰듯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재난의 발생을 사전적으로 예방하는 것이다.

태풍과 폭우가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범지구적인 환경파괴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기에 천재(天災)라고 할 수 있으나, 잘 관찰해 보면 피해의 대부분이 사람의 잘못 즉 인재(人災)로 야기된 것이다.

이제 남은 건 피해를 본 서민들에 대한 복구지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