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을 넘은 절망살인의 시대
자살을 넘은 절망살인의 시대
  • 문종극 기자
  • 승인 2012.08.26 2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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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문종극 <편집국장>

◇ 대학 취업률 발표 하루전인 지난 22일 대전의 모 대학 교수가 졸업생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학교측은 취업률 때문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지만 유가족의 주장과 정황으로 보면 직·간접적인 영향이 분명해 보인다.

교육과학기술부가 학자금대출제한 대학 및 재정지원 제한 대학 등 부실대학 선정에 취업률을 핵심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취업률이 51%에 미달하는 대학을 부실대학 선정 때 우선 고려하기로 함에 따라 교수들이 받는 압박은 심할 수밖에 없다.

교과부의 이런 정책에 따라 대학들은 퇴출당하지 않으려면 취업률을 높여야 하는 것이 지상과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대학들이 직·간접적으로 취업률 높이기를 강요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취업률 경쟁 부작용이 앞으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구조다.

대학의 본질은 연구와 교육이다. 그럼에도 교수들을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가장 좋은 수단으로 이용하는 작금의 현실은 분명 정상이 아니다. 한명의 제자를 취업 시키고 못시키고가 승진 등의 실적으로 반영되는 지경에 이르면 대학은 이미 학문과 진리의 전당이라는 얘기조차 꺼내기가 무색해진다. 대학과 교수들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졸업생의 취업 때문에 교수가 자살하는 사회, 취업률이 대학의 서열이 되는 사회가 과연 정상인지 교육 당국에 묻고 싶다.

◇ 서울 여의도와 경기도 의정부역 흉기난동 등 '묻지마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흉악범죄가 유독 최근들어 이어지고 있다. 여의도 흉기난동 사건의 경우 피의자가 불공정에 대해 공개적으로 응징하겠다는 생각을 품었고, 자신을 부당하게 대했다며 전 직장 동료들을 처벌하려 했고, 많은 사람이 오가는 공공장소를 일부러 범행 장소로 선택했고, 직접 처벌이 일차적 목표임에 따라 사법당국의 체포·처벌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목표 달성 뒤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까지 한 다중을 표적으로 한 '절망살인'범죄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사회·경제적 곤궁에 처한 빈곤·소외계층 등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처지에 놓인 이들이 자신의 절망적 상황을 비관하다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저지르는 '절망살인'이라는 것이다.

사회학자들은 양극화가 급격히 진행된 가운데 부유층과 권력층의 부정부패가 빈곤층의 불만과 증오를 돋우는 것인데 그동안 자살을 통해 사회적 공격성을 내면으로 돌렸던 것을 이제는 그 증오와 불만을 외부로 돌리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말하고 있다.

다중을 표적으로 삼는 '절망살인'은 처음엔 자신을 탓하다가 점차 비난의 대상을 동료·친구 등 주변 다중으로 바꾸고, 급기야는 자신을 절망의 상태로 밀어넣은 것이 이 사회 전체라고 여긴다는 것이다.

자기 탓으로 여겨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로 막을 내리던 것에서 이제는 주변의 탓으로 돌리면서 다중이 표적이 되는 끔찍한 '절망살인'범죄가 횡행하는 사회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교수가 제자 한명 취업을 시키고 못시키고가 대학의 서열을 결정짓는 구조가 지속된다면 학생은 물론 교수들의 자살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들이 모두 내탓이 아니라 사회의 탓이라고 생각을 한다면 자신의 목숨을 끊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다중을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 현재 한국의 자살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현상이 한계에 달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이 어디로 향하겠는가. 다중살인 또는 절망살인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기본이 상실된 한국 사회의 현실이다. 정부 주도의 장·단기적인 정책 전환은 물론, 국민 정신운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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