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사·한 시장·이 군수 직무유기
이 지사·한 시장·이 군수 직무유기
  • 문종극 기자
  • 승인 2012.08.19 2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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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문종극 <편집국장>

결론부터 말하면 이시종 충북지사와 한범덕 청주시장, 그리고 이종윤 청원군수가 직무유기를 했다.

청주·청원 통합시 명칭을 결정하는 방법이 인기투표와 다를게 없다. 인기영합에 편승한 민주주의를 내세워 합리성을 도외시하는 우를 범한 것이다.

명칭 공모 결과 '청주시'가 압도적으로 나왔다.

이에따라 1~4위 제안 명칭인 '청주시''청원시' '오송시' '직지시'를 놓고 21일까지 실시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곧 통합시의 명칭이 된다. 아주 손쉽게 100만 거대도시의 명칭이 결정되는 것이다.

천년만년을 내다보는 거대도시의 이름을 짓는 것 치고는 무성의 하고 남의 일 하듯이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허전하기까지 하다.

주민 눈치를 슬슬 봐가며 쉽게쉽게 가자는 것으로 보인다. 아니라면 도시의 브랜드가치를 따져보는 최소한의 절차가 있어야 했다.

'청주'의 현재 이름값은 얼마이고 '청원'의 브랜드가치는 어떤가. 필요하다면 공모에서 나온 '오송'과 '직지'를 포함해 브랜드가치 평가기관에 맡겨 결과를 주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아니면 설문결과가 나온 후 확정이전에 브랜드가치 평가를 감안해 최종 선정하는 절차라도 마련했어야 했다.

자자손손 물려줘야 할 거대도시의 명운을 가름할 명칭이라는 점에서 더욱 더 안전장치가 필요했던 것이다.

브랜드가치가 높은 도시라는 것은 결국 모든 사람들이 선호하는 도시로 이미 경쟁력을 갖춘 도시이다. 도시경쟁력은 도시의 부(富)와 발전에 영향을 미치며, 구성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 때문에 세계의 많은 도시들이 마케팅 경쟁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 약 250개 이상의 지방자치단체들도 자체 도시브랜드를 개발해 도시마케팅에 나서고 있음은 물론이다.

글로컬(Glocal)시대의 환경 속에서 각 도시들이 자국은 물론 세계인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브랜딩작업을 체계적으로 진행해 오고 있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도시브랜드는 내부적으로는 해당 도시민들을 하나가 되게 하는 원동력이 되며, 외부적으로는 도시의 성장과 발전에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좋은 도시의 이미지는 관광객 유치와 투자 자본의 이동, 각종 국제대회 유치에도 아주 유리하게 작용된다.

때문에 각 자치단체들이 특산품, 축제, 캐릭터 등의 무형자산을 개발, 도시의 미래지향적인 이미지 홍보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도시 아이덴티티 확립을 통한 도시 마케팅은 도시브랜드 구축으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후 각 도시는 도시 발전의 수단으로 도시를 대표하는 도시브랜드 이미지 개발에 전력투구 하고 있다. 더욱이 글로컬시대에 있어서의 도시는 국가를 앞서고 있다.

이번 올림픽이 열렸던 런던은 영국의 런던이 아니라 런던이라는 도시가 세계인들의 피부에 먼저 와 닿았다는 것은 좋은 예이다.

이 처럼 도시 브랜드가치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산업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다양한 도시 인프라에 대한 평가를 돈으로 환산한 '2011 도시브랜드 자산가치 평가'가 서울 340조8513억원, 부산 77조7840억원, 울산 60조6110억원이다. 전국 도시 중 1, 2, 3위를 차지한 이들에 비춰 보면 청주와 청원의 도시 브랜드가치도 수십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청주와 청원의 브랜드가치가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버려질 수 있다는 엄연한 사실앞에서도 이시종 지사와 한범덕 시장, 이종윤 군수는 이를 간과했다.

'그런일은 없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도시 브랜드가치에 대한 일고(一考)도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직무유기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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