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전용도서관과 비에 젖은 낙엽
여성전용도서관과 비에 젖은 낙엽
  • 연규민 <칼럼니스트>
  • 승인 2012.07.24 22: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연규민 <칼럼니스트>

요즘 중년들의 모임에 가면 예외 없이 강한 여성과 불쌍한 남성이 등장하는 유머를 해야 분위기가 산다.

남자들은 이사할 때 아내가 사랑하는 강아지를 꼭 끌어안고 있어야 버리지 않고 새집으로 데리고 간다는 이야기는 곰국 끓인다는 말과 함께 고전이 되었다. 심지어 중년 남성을 비하해서 비에 젖은 낙엽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가랑잎이 밟으면 사각사각 느낌이 좋지만 비에 젖어 달라붙으면 잘 떨어지지도 않는다. 한마디로 남성은 여성에게 귀찮은 존재가 되어 버렸다.

잔여수명에 관한 연구도 남성을 슬프고 비참하게 한다.

일반적으로 여성의 수명이 남성보다 길다. 노년부부 중 아내가 먼저 죽으면 남편은 아내를 따라 곧 사망한다.

반대로 남편이 먼저 사망할 경우 여성노인은 바로 사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여성 평균수명보다 남편이 없는 여성 노인이 더 오래 산다는 통계가 나왔다. 남편은 여성의 장수를 방해하는 요소일 뿐이다.

2000년대 들어서서 한 때 프랑스의 르몽드지 표지에 '더 이상 여성운동은 없다'는 제목이 실리기도 했다.

이제는 여성운동이 잃어버린 남성성 회복에 나설 때라는 내용의 글이 실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 이후 프랑스 여성운동사 30년을 정리한 르몽드의 기사 '토대를 잃어가는 여성들(France's women lose ground)'이라는 제목처럼 프랑스 여성운동의 현주소는 밝지 않다고 분석하고 있다.

미국, 독일 등 많은 서구 국가들처럼 이 분석기사도 프랑스의 여성문제 중 몸권리 '낙태문제'를 가장 중심에 뒀다. 또한 여성들은 전체 파트타임직의 80%를 차지하는 등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고 강력하게 빈곤의 여성화 문제를 제기한다.

보부아르가 모든 여성의 낙태와 피임의 권리, 경제적 자율성을 성취하기 위한 직업 추구 등을 주장하면서 불붙은 페미니즘은 요즘 길을 잃었다.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 대다수 국가가 저출산으로 지속가능성 상실의 위기를 맞고 있다. 그 중 우리나라는 출산율 부문에선 세계 최악이다. 이게 페미니즘만의 탓은 아니지만 최소한 임신거부를 금과옥조 떠받들 듯 했던 여성운동은 길을 잘못 인도한 책임에서 벗어나긴 쉽지 않다.

지난 날 여성은 사회적 약자로 억압받는 계층이었다. 그러나 지금 억압당하는 여성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성별을 구분하는 시각에서 벗어나 사회적 차별을 겪는 계층의 문제로 시각을 바꿀 때가 되었다.

엄청난 육아비용과 취업난이 아기 낳는 것을 두렵게 하는 것이지 여성만이 육아를 전담하는 것이 두려워 출산율이 저하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의 구조적문제를 남녀의 문제로 은근슬쩍 떠넘기는 기득권층의 논리에 여성운동이 이용당해서는 안 된다.

얼마 전 제천에서 여성전용도서관을 남성도 입장하게 해야 한다며 남성들이 진입을 시도한 일이 있었다. 대부분 언론은 이를 가십거리처럼 취급했다. 그러나 한번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여성전용도서관이 이제는 여성전문도서관으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 어린이전용도서관보다 어린이전문도서관이 옳지 않은가 여성운동은 여성만 하는 게 아니다. 남성과 여성이 함께 고민하며 풀어나가는 운동이다.

판사나 검사 신규 임용에서 여성의 비율이 50%를 넘은지 한참 지났다. 교직은 이미 오래된 일이고 일반공무원도 남성 신규 공무원을 찾아보기 힘든 지경이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가난하고 고통당하는 여성은 많다.

여성운동이 토대를 잃은 것이 아니라 비에 젖은 낙엽 타령을 벗어나 길을 다시 찾아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연 규 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