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엑스포, 제값 주고 보면 바보?
여수 엑스포, 제값 주고 보면 바보?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2.07.15 2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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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부국장 (천안)

이제 제값 주고 여수 엑스포를 본다면 바보 소리를 듣게 됐다. 관람객 숫자 늘리기에 급급한 대회 조직위가 '갈팡질팡'이다.

폐막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어린이 입장료가 성인보다 비싸지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조직위는 지난 주 열린 정부지원 실무회의에서 15일부터 20일까지 대학생 요금을 5000원으로 깍아주기로 했다. 현행 1만원에서 50%를, 처음 개막 당시 요금 2만5000원에 비해서는 무려 80%를 인하했다.

'대학생 주간'이라고 명분을 내세웠는데 더 가관인 건 군경 요금이다. 군인과 경찰은 15일부터 폐막일인 8월 12일까지 지금의 1만원에서 30% 할인된 7000원만 내면 입장할 수 있도록 했다. 초등생 요금(1만원)이 대학생, 경찰보다 더 비싸진 셈이다.

속이 쓰린 건 처음에 정해진 그대로 '비싼' 요금을 내고 다녀온 사람들이다. 대학생은 종전엔 2만5000원을 내야 했고 어린이 관객 역시 지금보다 90%가 비싼 1만9000원의 요금을 내야 했다.

이것뿐만 아니다. 한술 더 떠 일반 성인도 단돈 3000원만 내면 엑스포를 볼 수 있게 했다.

17일부터 30일부터 운영한다는 '지자체 방문의 날'이란 프로그램인데 이 기간 광주, 전북, 부산, 울산 등 영호남의 지자체 사람들은 정해진 일자에 3000원만 내면 입장할 수 있다. 종전까지 여수 인근의 전남 도내 지자체에만 주던 혜택을 확대하는 모양이다.

실제 광주 광산구의 경우 15~17일 사흘간이 엑스포 방문의 날로 정해져 주민들이 누구나 주민센터에서 '특별관람 입장료'란 명목으로 단돈 3000원에 엑스포 입장권을 살 수 있었다.

이렇게 되자 조직위가 되레 역풍을 맞고 있다. 영·호남 사람들이 3000원에 볼 수 있는 엑스포를 타 지역 사람들은 3만3000원이나 내야 하니 볼맛이 나겠는가. 당장 휴가철을 맞아 여수에 가려던 이들이 발길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하고 있다.

"수도권에 산다는 이유로 3만원이나 더 비싼 값에 엑스포를 봐야 한다니 갈 마음이 싹 사라졌다", "전 국민 다 3000원 요금제로 보게 하지 이게 무슨 짓거리인지 모르겠다", "먼 곳에서 비싼 기름 값 들여 간 사람들한테 더 비싼 입장료를 받는 건 말도 안된다" 등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관객 수를 늘리겠다는 조직위의 고육지책을 나무라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방법이 틀렸다.

개막 첫날 엑스포장 출입구에 게시됐던 요금표는 벌써 누더기가 돼버린 지 오래다. 보통권, 특정일권, 단체권, 특별권, 2일권, 3일권 등으로 구분돼 있던 요금제에 없어진 게 수두룩하다.

처음 정한 요금이 갑자기 싸지는 바람에 폐지된 게 10여개, 야간권·오후권 등 값을 내려 새로 신설한 요금제가 15개 정도나 된다. 이러면서 누구는 3000원에, 누구는 3만원 더 비싼 값에 엑스포를 볼 수 있게 했다.

애초에 잘못됐다. 조직위는 엑스포가 국토의 최남단, 여수에서 치러진다는 열악한 접근성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비싼) 요금제를 책정했다. 입장료를 파격적으로 내린 뒤 관객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차라리 처음부터 요금을 싸게 했으면 지역 경제라도 살았을 터인데"하고 탄식하는 여수시 상인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제 폐막일까지 남은 기간은 27일. 논란이 되고 있는 '차별 요금제'에 대해 조직위가 어떤 묘안을 낼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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