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꽁이의 산란유희를 보고 …
맹꽁이의 산란유희를 보고 …
  • 김성식 기자
  • 승인 2012.07.02 2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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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식기자의 생태풍자
김성식 생태전문기자<프리랜서>

참으로 오랜만에 단비가 내린 지난 토요일, 평소 자주 지나는 길 옆 도랑에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바로 전 날까지만 해도 바닥이 쩍쩍 갈라져 생명의 낌새라고는 도대체 보이지 않던 그 도랑에 갑자기 물이 고이자 난데없는 동물 울음소리와 함께 재빠른 움직임이 눈에 띄었다.

맹! 꽁! 맹! 꽁! 특유의 울음소리를 내는 맹꽁이들이 산란을 위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어림잡아도 1백 마리는 족히 넘을 맹꽁이들이 서로 앞 다투어 울어대면서 이리 왔다 저리 갔다 해대니 야단법석이 따로 없었다.

오후 들어 비가 멎을수록 그들의 합창은 더욱더 높아만 갔다. 언뜻 들으면 불협화음 같으면서도 결코 귀에 거슬리지 않는 그야말로 반가운 소리였다.

장관이었다고 할까 신비스러웠다고 할까. 이 세상 어느 합창단이, 이 세상 어느 관현악단이 그토록 멋진 하모니를 연출해낼 수 있을까.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보니 맹꽁이 무리속에 함께 들어앉아 있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놀랍고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저 많은 맹꽁이들이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 삶을 부지하고 있다는 게 그저 놀랍고 고마웠다.

맹꽁이는 실로 신비스러운 동물이다. 일명 쟁기발개구리라 불리듯이 뒷발이 땅을 일구는 쟁기처럼 생긴 데다 건드리면 풍선처럼 몸집을 잔뜩 부풀려 겁을 주지만 정작 자신은 부풀린 몸집 때문에 동작이 굼떠지는 '우스꽝스러운 양서류'이다. 하지만 생긴 모습과는 달리 알면 알수록 독특한 생활사를 갖고 있다.

맹꽁이는 우선 야행성이기 때문에 낮 시간엔 대부분 땅속 생활을 한다. 일생을 땅속에서 보낸다고 할 정도로 땅속을 좋아해 걸핏하면 땅속으로 파고 든다.

그러나 맹꽁이의 가장 큰 특징은 산란지에 물이 고이는 시기와 시간을 정확히 헤아려 재빠르게 짝짓기는 물론 산란을 마치고 부화와 변태도 매우 빠르게 진행한다는 점이다.

산란은 주로 밤에 하지만 낮에 갑자기 비가 오는 날에는 낮 시간에도 곧잘 알을 낳는다.

그런데 문제는 언제 산란지에 물이 고이고 언제 비가 올지 어떻게 알고 산란준비를 했다가 알을 낳느냐 하는 점이다. 그러나 맹꽁이는 신통방통하게도 그 '타임'을 정확히 감지해 제때에 알을 낳는다.

지난 토요일에도 마찬가지였다. 연일 가물다가 오랜만에 비가 오는 것을 잘도 알아차려 제때에 '산란유희'를 벌인 것이다. 이는 알을 한꺼번에 낳지 않고 15~20회에 걸쳐 조금씩(약 15~20개 가량) 낳는 습성 때문에 가능하다.

다시 말해 산란지 상황과 날씨에 따라 그때그때 알을 낳는 습성이 있다. 산란한 알은 이틀 안(28~30시간)에 부화해 30일 뒤면 변태가 끝날 정도로 속성이다.

맹꽁이는 그간 환경부가 멸종위기 야생동식물(급)로 지정, 보호해 오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후보종 제도가 도입되면서 졸지에 해제후보종으로 낙인찍혀(?) 지정 이전의 신세로 되돌아갈 처지에 놓였다. 분포역도 넓고 개체 수도 많은 편이나 서식지 훼손이 우려돼 그나마 해제후보종으로 남게 됐단다. 삵, 하늘다람쥐 같은 다른 17종도 비슷한 처지다. 가창오리, 말똥가리 등 38종은 아예 해제 대상에 올랐다.

주인공인 야생 동식물들은 가만히 있는데 우리 인간의 잣대에 따라 그들의 신세가 하늘과 땅 사이를 오가고 있음에 마음이 씁쓸하다. 더구나 맹꽁이는 기후·환경 변화 예측에 중요한 환경지표종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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