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체벌이 '사건'이 된 시대
학교 체벌이 '사건'이 된 시대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2.06.27 22: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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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조한필 부국장(천안·아산)

한 학생이 90대씩, 10여 명이 회초리를 맞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렸을까. 발바닥에 90대를 계속 세게 내리칠 수 있었을까. 열 명이라도 900대인데. 아이들이 걷지 못할 정도로 때렸을까. 아산의 모 초등학교 6학년 '체벌 사건'을 접하고 엉뚱한 생각을 해봤다.

학생들이 수업교재를 안 가져와 한 학급 25명 중 대부분이 발바닥을 90대씩 맞았는데 학부모들이 학교에 항의해 파문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어떻게 부모들이 알았을까. 요즘 아이들은 학교에서 벌어진 이야기를 미주알고주알 부모에게 다 말하는 모양이다. 하긴 어린 학생들이 체벌 모습을 휴대폰으로 촬영해 선생님을'협박'하는 세상이다.

며칠 전 고교 동창이 교사인 부인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부인이 정년까지 10년이 남았는데 학생들 지도가 너무 힘들어 그만두고 싶다고 한다는 것이다. 이런 얘기를 교사들로부터 한두 번 들은 건 아니지만 진지하게 말하는 친구의 근심 어린 표정에 보통 문제가 아니라고 느꼈다.

나의 학창시절, 특히 중학교 때 선생님께 연일 맞으면서 컸다. 떠들어서, 성적이 떨어져서, 준비물 안 가져와서 등 이유는 많았다. 많이 아플 때도 있었지만 당시 선생님의 체벌은 온당한 걸로 알고 견뎠다. 내 아이들이 클 때 간혹 선생님께 맞았다는 소리를 들어도'뭔가 잘못해서 맞았거니'하고 넘겼다. 선생님께 맞아 병원에 가거나 온종일 아파하던 아이 모습을 본 적은 없다.

현재 학교 체벌은 엄격히 금지돼 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도구, 신체 등을 이용해 학생의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방법을 사용해서는 아니 된다'고 돼 있다. 학칙에 정한 훈계 방법을 쓰도록 돼 있다.'말'로 하라는 소리다. 이젠'Spare the rod, and spoil the child'(매를 아끼면 자식을 망친다)라는 영어 관용구를 외우던 때가 아니다. 매는 권위주의 시대의 산물로 아이들이 바른 품성의 사회인으로 커가는 걸 막는다고 한다.

충남의 어떤 중학교는 지난 2월 집단 따돌림을 주도하던 학생 12명에게 교사가 엎드려뻗쳐, 머리박기 등 벌을 줬다가 학부모들로부터 집단 항의를 받았다. 지난해엔 공주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6학년 학생이 욕하는 것을 목격하고 엎드려뻗쳐를 시킨 후 발로 엉덩이를 몇 차례 찼다가 학생 아버지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체벌 장면이 찍힌 동영상이 유포돼 그것을 본 학부모가 급기야 술을 먹고 학교에 찾아와 소리 지르며 난동을 벌인 것이다.

지난달 음성 한 중학교에선 1학년 학생들이 교사가 한 뚱뚱한 학생을 수치스럽게 했다며 무릎 꿇고 두 손으로 빌라고 다그친 일이 있었다. 그 교사는 문제가 확산될까 두려워 시키는 대로 했다는 것이다.

선생님 하기 어려운 시대다. 사교육이 공교육보다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교권이 흔들렸다.'입시 지식'을 돈으로 사는 데 익숙한 학생과 학부모들이 학교 선생님을 학원 선생님 대하듯 한다.

교사는 단순한 지식전달자가 아니다. 대학시절 교사는 소명의식이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교직과목 이수를 포기한 적이 있다.그런데 요즘 교사를 천직으로 알고 30년 가까이 근무한 친구들이 학생 지도는 자포자기한 걸 보면 씁쓸하다. "학생들이 무섭다. 학부모들도 막 나간다. 눈 감고 귀 막고 사는 게 편하다"고 한다.

교사는 연금이 보장된 안정된 직업 이상의 자리다. 교사 스스로 교권을 지켜야 한다. 아직 교사를 선생님으로 받드는 학생과 학부모가 더 많다는 사실을 위안으로 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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