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군의 4대강 사업
영동군의 4대강 사업
  • 권혁두 기자
  • 승인 2012.06.25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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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영동)

지난해 말 영동군 심천면 금강변에 대형 생태공원이 문을 열었다. 3만㎡ 둔치에 1.82km의 산책로와 광장이 조성됐고 방문객들이 하천을 건너다닐수 있는 세월교도 들어섰다. 정부가 지자체의 건의를 받아 추진한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하나였다. 무려 81억원의 혈세가 들어갔다. 그런데 막대한 예산을 들인 이 공원의 광장은 황량하기 짝이 없다. 훤하게 드러난 맨땅과 자갈밭에 부근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잡목들만 듬성듬성 심겨졌을 뿐이다. 그럴듯한 조경수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여름 장맛비로 한창 공사중인 사업장이 침수돼 수십만그루 조경수들이 몽땅 쓸려내려갔기 때문이다. 조경업자는 타이밍을 절묘하게 맞춰 장마가 오기 직전에 준공검사를 마침으로써 자기돈 들여 재공사를 해야하는 재앙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사업을 위탁받아 시행한 충북도는 폐허로 돌변한 광장에 대해 속수무책이었다. 수장된 조경예산 수십억원을 조달할 방도가 없었다. 결국 근처 하천변과 야산에서 자생하는 산개나리 등을 꺾어다가 띄엄띄엄 옮겨심는 것으로 복구를 대신했다. 볼품이 이래서인지 이 공원은 지난해 12월 준공식도 없이 슬그머니 개장을 알렸다.

수십만 그루의 조경수가 준공도 보지못하고 사라졌지만 시행청의 주장은 느긋하다. 천재지변이니 누구도 책임질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인근 주민들 중에서 지난해 사업장에서 발생한 수해를 천재로 보는 사람은 없다. 2010년 삽질이 시작되자마자 주민들은 한목소리로 걱정했다. 장마철에 툭하면 물이 차는 침수 지역에 무슨 공원이냐며 입지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었다. 주민들 우려는 이듬해 여름 그대로 적중했고 사업장은 쑥대밭이 됐다. 영동을 전국에 알릴 관광명소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선언으로 출발했지만 준공 후 이 공원의 주차장은 늘 적막하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부가 이 공원의 관리를 영동군에 떠넘긴 것이다. 영동군이 떠맡은 공원의 관리권은 혹이나 다름없다. 관리비 부담은 물론 앞으로 수해가 터질 때마다 복구를 책임져야 한다. 군은 4대강 사업 유지·관리를 위해 조례를 개정하고 정원을 1명 늘렸다. 우선 인건비 부담부터 시작된 것이다. 정부가 올해 2억3000만원 정도를 지원했다고 하나 언제까지 갈지는 모를 일이다. '시설확충'이나 '재정비' 등의 명목으로 준공도 전에 없어져버려 구경도 못해본 그 조경수들을 제돈 들여 심어야 할지도 모른다.

하천을 가로지르는 세월교도 교각이 많아 장마철 상류에서 떠내려오는 부유물을 걸러내지 못하고 물흐름을 막아 수해를 재촉할 것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그렇다고 관광객이나 주민들의 발길이 잦아진 것도 아니다. 이곳에서 행해진 4대강 사업은 수해를 조장하는 애물단지를 만들어 가난뱅이 지자체에 떠맡기는 것으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전 브라질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이 홍수와 가뭄 모두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가뭄이 극심한 국내 현실을 들어 대통령을 비방하기도 하지만, 나는 대통령이 국제사회를 상대로 근거없는 발언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의 말을 100% 신뢰하고 영동군 심천면의 금강살리기사업은 4대강 사업 중 매우 희귀한 실패 사례일 뿐이라고 단언하고 싶다. 옥에 티가 공교롭게도 영동에서 발생했을 뿐이라고 굳게 믿고 싶다.

정부의 생각도 같다면 영동의 금강살리기사업에 대해서는 지금까지의 조처를 물리고 별도의 처리에 나서야 한다. 4대강 사업 전체가 도매금으로 매도되는 억울함을 막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우선 철저한 현장조사로 사업 추진과정에서 무리나 졸속이 없었는지 확인하고, 문제가 드러나면 국고를 축낸 책임을 져야한다. 득보다 실이 많은 애물단지를 궁핍한 지자체에 떠넘긴 데 대해서도 반성과 재고가 필요하다. 영동군 재정자립도는 14%에 불과해 공무원 봉급주기도 버거운 상태다. 이관이 불가피하다면 물에 휩쓸려간 조경수들이라도 제대로 되돌려놓은 다음에 넘겨줘야 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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