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그릇 '둠벙'으로 눈을 돌리자
생태그릇 '둠벙'으로 눈을 돌리자
  • 김성식 기자
  • 승인 2012.06.25 2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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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식기자의 생태풍자
김성식 생태전문기자<프리랜서>

논의 물웅덩이를 뜻하는 둠벙. 이 둠벙이 가뭄을 극복하고 생태계를 되살리는 생명그릇으로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특히 올해 같은 극심한 가뭄 속에서도 둠벙을 활용해 물걱정을 던 '앞서가는 광역자치단체'가 있어 부러움을 사고 있다. 전남도다. 전남도는 지난 2007년부터 생태계 복원과 용수 확보 대책의 일환으로 친환경농업단지에 둠벙을 조성해 오고있는데 지금까지 424개소를 조성하고 2014년까지 200개소를 더 조성할 계획이다.

전남도내 곳곳에 둠벙이 되살아나면서 가장 먼저 효과가 나타난 것은 모내기철과 밭작물에 대한 물걱정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실례로 100년만의 가뭄이라는 올해에도 둠벙에 저장된 물 덕분에 천수답까지 순조롭게 모내기를 마쳤으며 고추와 참깨 등 밭작물의 생육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뿐만이 아니다. 둠벙 설치 3년 만에 사라졌던 긴꼬리투구새우, 도롱뇽 같은 논 생물들이 돌아오고 논의 토양에서는 질소성분이 줄어드는 등 기대 이상의 효과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둠벙은 주변에 수많은 수초들을 정착시킴으로써 논의 수질 정화기능까지 증가시키는 것으로 조사됐다.

1980년대 무렵 경지정리를 하면서 저수지와 댐, 관개수로 등이 대신 조성됨에 따라 사라졌던 둠벙. 그 둠벙이 다시 조성되면서 본래 가지고 있던 여러 순기능이 '약속처럼'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둠벙과 논, 도대체 어떤 역학 관계가 있기에 논 흙과 물을 살리고 사라졌던 생명들을 불러모으는 걸까.

전남도에서 3년 만에 출현했다는 긴꼬리투구새우만 해도 그렇다. 30여년 전에 사라졌던 그들이 단 3년 만에 되살아났다는 것은 대단한 결과다. 긴꼬리투구새우가 어떤 생물인가. 3억5천년 전 모습과 똑같다하여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리면서도 유독 청정수질에만 살기 때문에 출연 자체만으로도 화젯거리가 되는 멸종위기종 아닌가.

논과 둠벙을 연결해 주는 건 수로 즉 도랑이다. 따라서 가장 이상적인 논의 구조란 자체 수원(水源)으로서의 둠벙과 그 수원을 논으로 이어주는 도랑이 자연스럽게 연결돼 있어야 한다. 이는 또 생물이 살기에 적합한 가장 이상적인 논의 구조와도 같은 개념이다.

언젠가도 강조했듯이 둠벙은 단순히 논에 물을 대고 유지하는 수원으로서가 아닌, 논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지탱해 주는 비오톱(Biotope)으로 이해해야 한다. 둠벙이 생명을 잉태하고 보듬으며 증식·보급해 주는 생태 창고 같은 역할을 한다면 그 창고와 논을 연결해 주는 고리역할을 하는 것이 논도랑인 것이다. 논에 물이 괴어 있을 땐 자연스럽게 논과 둠벙, 도랑이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고 논에 물이 없을 땐 온갖 생명들이 숨어드는 피난처 역할을 하는 것이 둠벙이요 그 피난처로의 안내길이 되어 주는 게 논도랑이란 얘기다.

게다가 둠벙은 수질정화 기능까지 갖고 있다. 바닥에서 솟아오르는 물과 다양한 수초들이 그 같은 작용을 하는데 실제 조사에서도 둠벙이 있는 논과 없는 논의 수질은 큰 차이를 보인다. 생물 다양성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쪼록 이번 가뭄을 통해 전남도의 둠벙 되살리기 운동이 전국으로 확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뭄 걱정도 덜고 생태계도 되살리며 농법도 친환경적으로 되돌리는 상생의 운동으로 말이다. 그 결과 논에선 미꾸리, 우렁이, 물땡땡이 지천하고 밤하늘엔 개똥벌레 수없이 반짝이는 농촌모습을 되찾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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