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원도심 예술인거리 제안 '솔깃'
천안 원도심 예술인거리 제안 '솔깃'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2.06.20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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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조한필 천안·아산(부국장)

"매출이 지난해의 절반도 안된다." 천안역 건너편서 음식점을 하는 지인이 하소연했다. 또 죽는다는 소리구나. 한 귀로만 들었다. 요즘 장사 안되는 곳이 어디 천안의 원도심뿐이랴. 어? 그런데 수년째 매출이 계속 줄고 있어 문 닫을지도 모른다는 게 아닌가. 원도심이 다 죽어도 이 집만은 음식맛이 소문났으니 살아나겠지 했는데. 예삿일이 아니다.

그러고 보니 천안시청이 2005년 불당동으로 옮겨가고 원도심에 뭐 하나 이뤄진 게 없다. 상인들 불만이 높을 수밖에 없다. "시청을 옮기면서 수억을 들여 종(鐘)부터 만들더니 정말 원도심은 이제 '종 치게'하려는 거냐." 천안시는 시청을 옮기자마자 구청사 일부를 부수고 종값 6억5000만원, 종각 7억원 등 총 17억원으로'천안 시민의 종'을 만들었다. 그리고 해마다 제야 타종 행사로 7000만원을 쓰고 있다.

천안시가 원도심을 버린 건 아니다. 복합테마파크 사업을 7년째 벌이고 있다. 이달말 원도심 복합테마파크 민간제안사업자 새 공모 최종안이 확정되고 사업자 모집 공고에 들어간다. 현 동남구청을 포함한 인근 2만2643㎡(6800평)에 공공청사와 300가구 규모의 공동주택을 짓고, 흥타령 가락 공원(가칭)과 전망타워, 국제교류센터 및 대학과 기업연구단지가 들어서는 복합업무센터를 조성한다. 아파트는 초기 건축비 조달을 위해 분양 가능성 높은 중소형으로 짓는다. 이만하면 사업자가 덤빌까?

원도심 상인이나 주민들은 이번 복합테마파크 사업자 모집에도 큰 기대는 걸지 않는다. 이런 불경기에 엄청난 돈이 드는 원도심 활성화 사업에 선뜩 끼어들 기업은 흔치 않다.

시는 2006년부터 1000가구가 사는 50층짜리 주상복합아파트와 295m 랜드마크 타워를 짓는다며 원도심 주민들을 달랬다.

수 년간 지지부진하다 2010년 한국자치경영평가원으로부터 민간제안사업으로 타당성이 없다는 결론을 듣고 사업을 포기했다. 그렇게 5년을 버리고 이번 새 제안서를 만드는데 또 2년이 걸렸다.

주민들은 이렇게 되는둥 마는둥한 거창한 사업 말고 가능성 있는 사업을 원하다. 시가 "한방에 원도심을 살린다"는 복합테마파크 사업에만 목맬 게 아니라 현실성 있는 사업을 병행하길 바란다.

꼭 1년 전, 흥타령춤축제 거리퍼레이드를 위해'걷고 싶은 거리 조성'사업을 발표했을때도 꾹 참았다.

천안역에서 방죽안오거리까지 1km에 45억원 들여 인도를 넓히고 가로등, 버스·택시정류장을 산뜻하게 바꾼다고 했다. 명동거리 상인들의 입에서 시가 백화점·터미널이 있는 신부동으로 사람들을 빼낸다는 소리까지 나왔다. 워낙 장사가 안돼 신경이 곤두선 탓이다.

한 상인이 "시민들이 외면하는 판페스티벌에 해마다 2억원이란 큰돈을 쏟느니 빈 상가를 임대해 예술인들 작업실로 내주는 게 어떠냐"고 말했다. 불꺼진 명동거리를 예술인거리로 만들자는 제안이다. 솔깃했다. 가능성 있는 얘기다. 문 닫거나 겨우 연명하는 상가를 시에서 빌려 화가·조각가·공예가 등에게 작업실로 제공하자는 것이다. 예술인들이 다시 시민들을 불러올 수 있을지 모른다.

예술인의 감수성과 열정에 한 번 원도심을 맡겨보는 건 어떨까. 타종식·페스티벌 등 일회성 행사에 쓸 돈이면 조그만 상가 10여개 임대하는 건 가능하다.

원도심 살리기는 천안시가 시민에게 한 약속이다. 시늉만 할 게 아니라 이제부터라도 무엇이 진정 원도심을 살릴 수 있는지 주민들과 합심해 작은 것부터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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