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무효형
당선무효형
  • 문종극 기자
  • 승인 2012.06.18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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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문종극 <편집국장>

우리 국민들이 눈 크게 뜨고 국회를 감사해야될 일이 또 생겼다. 지금까지도 종종 봤던 모습이지만 국회가 또다시 당선무효형을 완화하려는 시도를 할 개연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당선이 무효처리된다.

하지만 18대 국회에서도 너무 가혹하다며 이를 완화하려다 국민 반발에 부딪쳐 무위로 끝난바 있다. 선거법 위반자에게는 당선무효형이 아니라 인간무효형이 필요하다는 다소 거친 국민적 저항을 넘지 못한 것이다.

이런 국회가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어제 내놓은 선거범죄 양형기준 마련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양형위원회의 안은 선거범죄에서 금품으로 후보자나 유권자를 매수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징역형을 선고한다는 것이다. 또 기부행위나 다른 후보자 비방 행위에 대해서도 당선무효형을 내린다는 것이 골자다. 이 같은 양형기준안(초안)을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18일 의결했다.

양형위는 금품으로 유권자나 후보자를 매수하는 '매수 및 이해유도' 행위는 선거 영향력이 크고 법정형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 등을 고려해 감경사유가 없는 한 징역형을 권고키로 했다. 특히 일반인보다 후보자나 배우자, 직계 존·비속, 선거관계인의 범행을 가중해 처벌토록 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당내 경선 관련 매수는 4월~1년, 일반매수 및 정당 후보자 추천 관련 매수는 6월~1년 4월, 후보자 등에 의한 일반 매수는 8월~2년, 재산상 이익을 목적으로 한 매수 및 후보자 매수는 10월~2년 6월, 당선인에 대한 매수는 1~3년을 기본으로 한다. 이렇게 보면 당선인에 대한 매수 행위가 가중처벌을 받을 경우 최대 5년까지 형량이 나올 수 있다. 감경사유가 있을 경우에는 벌금 50~1500만원을 받을 수도 있다.

또 '기부행위 금지·제한 위반'과 '허위사실 공표, 후보자 비방' 행위도 원칙적으로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벌금형 또는 징역형을 선고토록 했다. 이 중 '허위사실 공표 및 후보자 비방' 행위의 경우 학력 허위기재 등 당선을 목적으로 한 허위사실 공표에 비해 상대 후보자의 낙선을 목적으로 한 흑색선전과, 파급력이 큰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이용한 행위를 가중처벌키로 했다.

"엄중한 양형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당선무효 이상의 기준을 마련하는데 초점을 뒀다"는 것이 양형위의 설명이다. 이 안은 관계기관 의견 조회(6월 20일~7월 19일)와 공청회(7월 16일)를 거쳐 8월 20일쯤 최종 결정된다.

지난 4·11총선 선거사범들의 1심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상 시점이 8월이다. 때문에 이들에게는 처벌 수위가 강화된 새 양형기준안이 적용된다. 이에따라 지난 총선에서 당선된 국회의원들 중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거나 조사받는 이들의 의원직 상실 사례가 예상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선거사범에 대한 국민적 요구는 높았지만 별도의 양형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재판부에 따라 양형에 편차를 보이거나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는 지적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정치적 상황에 따라 선거사범에 대한 양형이 들쭉날쭉하면서 사법부가 지나치게 권력과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받았다.

이번 양형기준 마련은 이런 사법부 안팎의 지적이 반영된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양형위가 선거사범은 원칙적으로 당선무효형 이상의 형을 선고하도록 한 것에 대한 호평인것이다.

현재의 당선무효형 데드라인만 지켜진다면 불·탈법선거를 막아낼 수 있는 양형기준이라는 평가가 벌써부터 나온다. 그래서 국민들이 눈을 부릅뜨고 국회를 감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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