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고금리 대출 해법
대학생 고금리 대출 해법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2.06.17 2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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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부국장(천안)

카페, 룸살롱, 노래방에 이르기까지 그곳에 가면 우리가 알고 있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

'알바' 여대생들이 있다는 점이다. 간혹 예전엔 업소 여성 종사자들이 자신의 몸값을 올리기 위해 대학생이라고 속인 적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더는 아니다. 실제 그런 곳에 대학생들이 나와 일을 하고 있다. 그 이유도 대다수는 처절하다. 일부 극소수는 명품 가방이나 옷을 사거나 호사스러운 생활을 위해서 그런 경우도 있겠지만, 그들 중 많은 이가 생계비와 학비를 벌려고, '생업'에 종사한다. 설마 그렇겠느냐며 이를 믿지 않던 사람들도 지난 4월 정부의 발표로 룸살롱 출입 여대생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사연도 끔찍했다. 룸살롱에 팔려갔다가 죽음으로 내몰린 여대생의 얘기인지라 모두를 허탈하게 했다.

서울의 한 여대생 A씨(21). 그는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하지 못해 불법 사채업자로부터 300만원을 빌렸다. 돈을 갚지 못하자 사채업자는 A씨를 강남의 룸살롱에 강제로 취업시켰다. 이후 1년여 동안 이자만 무려 1500만원을 빼앗아갔다.

뒤늦게 이를 안 아버지는 딸을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했다. 타의로 유흥업소에 취업했다가 무참하게 죽은 A씨의 사례는 큰 파문을 몰고 왔다.

정부가 대학생 고금리 대출 피해에 대해 강도 높은 대책을 세우는 계기가 됐다.

금융위원회가 주말에 전국 대학생들의 고금리 피해 실태를 공개했다. 무려 11만명의 대학생이 연 20%~30%대의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을 받은 이유는 '사고 등에 따른 급전 필요'가 42.5%로 가장 많았고, 이어 '등록금 마련'이 27.4%, 생활비가 22.6%로 뒤를 이었다.

집안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고금리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월 200만원 미만 소득 가정의 대학생들은 전체 평균의 3배나 많은 학생이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고 있었다. 가정의 부의 정도가 대출업체의 '리스크'에 반영돼 상대적으로 비싼 이자를 주고 돈을 빌려쓰고 있었다.

금융위는 이를 발표하면서 대책도 내놓았다. 저금리 대출전환, 한국장학재단이나 미소금융 긴급 생활자금 대출 등을 이용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인데 늦게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뭔가 모자라 보인다. 저금리 대출 전환 기준을 보면 조건이 까다롭고 황당하다.

연리 20% 이상의 고금리 대출자에게만 혜택을 준다고 하는데 19%, 18%의 고금리 대출자는 원망스러울 수 밖에 없다. 또 연체가 없는 학생으로 제한한 것도 잘못됐다. 저금리 대출 전환을 위해 또 빚을 내 연체 이자를 갚으라는 얘긴데 누구의 발상인지 황당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가만 살펴보니 이미 대학생 고금리 대출 피해를 막을 창구가 있었다. 바로 한국장학재단이 시행하고 있는 일반 상환 학자금 '생활비 대출'이다. 이를 활용하면 저금리 대출 전환이니 뭐니 하며 요란을 떨지 않아도 된다. 연이율 3.9%로 생활비를 대출해주는 제도인데, 대출 조건이 아주 좋다. 싼 이자에다 거치기간이 최장 10년, 상환기간도 원리금 납부 조건으로 최장 10년이나 된다.

이걸 정부는 한 한기당 100만원으로 대출 상한선을 둬 학생들을 고금리 대출로 내몰았다.

학기당 100만원으로 생활비를 충당하라는 발상 자체를 바꿔야 한다. 최소한의 기초 생활이 보장되는 월 30만원, 학기당 수백만원까지 상향해줘야 한다. 이 좋은 제도를 만들어놓고도 달리 새로 해법을 찾으려는 정부의 모습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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