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126>
궁보무사 <126>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6.07.13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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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내일 죽을거라면 내게 반쯤 죽어봐라!"
14.소용돌이 속에서

"으흐흐흐흐. 으흐흐흐흐. 놀랐지 약 오르지 분하지 요놈! 네놈이 대체 뭐가 예쁘다고 내가 네깐 놈의 사정을 봐주냐 요놈! 얼핏 밖에서 듣자하니 네놈은 내일 성주님 보는 앞에서 두 팔 두 다리는 물론 남자의 거시기까지도 통째로 쏙 뽑히거나 작두칼로 싹둑 잘려진 채로 불에 바싹 구워진다면서. 으흐흐흐. 잘됐다, 요놈아! 내 하나 밖에 없는 귀중한 그것을 솥뚜껑 같이 커다란 양손바닥으로 때려서 피멍 들게 해가지고 한동안 써먹지도 못하게 만들어 버린 놈! 괘씸한 요놈! 내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일시에 망쳐놓은 놈! 이에잇. 뒈져라. 퉤퉤퉤."

사내는 두릉의 낯짝 위에 더러운 가래침을 연달아 뱉어댔다. 두릉은 크게 화가 났지만 그러나 온몸이 완전히 결박되어진 데다가 입까지 헝겊으로 틀어막혀 있는 상태이고 보니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다.

"이 자식. 어차피 내일 죽을 거라면 내게 반쯤 먼저 죽어봐라! 으흐흐흐."

사내는 잔인한 미소를 입가에 띠우고나더니 등뒤로 숨기고 있던 가죽채찍을 불쑥 꺼내어 다짜고짜 두릉의 등판 줄기를 호되게 내리갈겼다.

'으으윽.'

갑자기 살가죽이 찢어지고 뼛속까지 진하게 파고드는 모진 아픔에 두릉은 화가 나서 반항을 해보려했지만, 온몸에 묶여진 밧줄과 쇠사슬 때문에 도무지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착! 착! 착!

자그마한 사내가 사정없이 휘두르는 채찍은 두릉의 널찍한 등판 위를 골고루 빠짐없이 와닿았다. 두릉은 완전히 체념을 해버린 듯 두 눈을 내리감은 채 사내가 내리치는 채찍질을 고스란히 모두 받아들였다.

한참 씩씩거려가며 두릉에게 채찍질을 해대던 사내는 완전히 제풀에 지쳤는지 숨을 헐떡거려가며 이렇게 말했다.

"독한 놈! 지독한 놈! 이렇게 얻어맞고도 쓰러지지 않네. 어쨌든 두고 봐라. 오늘밤만 날이 아닐 것인즉, 내 기필코 네놈이 성주님 앞에 나가 잘게 토막이 쳐져서 죽는 그날까지 무진장 괴롭혀주고 말 것이니."

사내는 이렇게 말하며 손등으로 자기 이마 위에 줄줄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쓱쓱 닦아내더니 어정거리는 걸음걸이로 나가버렸다.

두릉은 그에게서 얻어맞았던 등 전체가 몹시 쓰라립고 따갑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갑자기 등 전체가 축축하게 적셔져 옴을 느꼈다.

이것은 필시 등판 위의 살점들이 찢어지고 터져서 피가 줄줄 흘러내린 탓이리라.

'아! 아! 그나저나 물. 시원한 물 좀 마셔 봤으면 원이 없겠다. 제발 물 한 그릇만.'

두릉은 입안이 바짝 타오르는 심한 갈증을 느꼈다.

설상가상으로 입안에 마구 구겨 쳐 넣어진 헝겊이 입안의 침들을 모두 빨아들여 두릉은 더욱더 심한 갈증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 아! 제발! 제발 내 입안에 틀어 막혀진 헝겊을 누가 빼내주고 시원한 물 한 그릇을 마시게 해주었으면. 아! 아! 지금 내가 당장 죽게 되더라도 물 한 그릇이나 시원하게 마셔봤으면!'

두릉은 이맛살을 잔뜩 찌푸려가며 이리저리 몸을 마구 비틀어댔다. 이것은 거의 생존을 위해 벌이는 처절한 몸부림이나 다름없었다.

바로 이때,

갑자기 두릉의 앞에 또 다른 사람 그림자가 나타났다.

"으응"

두릉은 이제 어둠에 제법 익숙해진 두 눈으로 앞에 서 있는 사람을 쳐다보고는 또다시 흠칫 놀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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