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난민의 고독사
노후난민의 고독사
  • 연규민 <칼럼니스트>
  • 승인 2012.06.12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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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규민 <칼럼니스트>

제35회 몬트리올 국제영화제 수상작이자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의 창 부문 출품작 '고독사'는 과거의 트라우마로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남녀가 유품정리업을 하면서 삶의 의미를 깨달아간다는 이야기란다. 일본에서는 고독사한 노인의 유품정리를 해주는 회사가 유망업종이 되었다.

일본 사회의 노인 고독사 문제는 이제 별로 놀랄 일도 아닌 모양이다. 소설과 영화로 등장하면서 고독사 문제는 이제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주제가 되었다. 우리나라 노인 고독사 문제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며칠 전 고향에서 고독사 사례가 있어 신문을 검색해 보니 이 소식은 나오지 않는다. 이제 뉴스거리도 되지 않을 정도로 흔한 일이 되었다.

우리나라 노인들의 고독사 문제는 쓸쓸하고 외로운 죽음의 문제뿐 아니라 OECD 노인빈곤율 1위와 '노후난민' 문제를 함께 생각하게 한다.

'노후난민'은 노인들이 의식주를 해결하기 힘들거나 사회와 고립돼 생활이 곤란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일본사회를 강타했던 노후난민 문제가 우리나라에도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은 힘있는 소수의 노인들이 다수의 노인들을 억압해온 구조적인 문제 말고도 가난한 노인들의 노후자금을 강탈당하는데서 비롯되기도 한다.

2010년 한국투자자보호재단 조사 결과 금융사기를 당했거나 당할 뻔했다는 응답은 60대가 27.9%로 가장 많았다. 사기피해 노인들은 생각과 달리 대부분 어려운 형편의 노인들이다. 이들 노인들은 평생 모아온 돈을 사기꾼들에게 빼앗기고도 대부분 홀로 살거나 금융지식이 없어 제대로 대처를 못한 채 힘든 여생을 보내고 있다.

이처럼 노인을 상대로 한 사기뿐만 아니라 유사수신행위 문제도 심각하다. 제도권 금융 역시 노인들의 자금을 강탈하기는 마찬가지다.

금융회사들은 위험한 투자상품을 판매한 후 손실이 발생하면 계약서에 적힌 면책조항으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금융회사를 믿고 돈을 맡긴 노인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입게 된다. 금융회사들이 노인을 상대로 고위험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문제에 대한 대책마련도 시급하다.

이런 직·간접적인 사기 외에도 할부 물품판매를 통해 노인들의 돈을 착취하기도 한다. 할부로 구매한 건강보조식품, 의료보조기기 등이 없는 집이 없을 정도다. 공연이나 여행, 경로잔치 등을 빙자한 물품강매가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닌데 사회적인 대책은 아무 것도 없다.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 가구는 2010년 전체 1734만 가구 중 414만 가구로 23.9%를 차지한다.

가난하거나 사회와 고립되어 살고 있는 노인들이 아사하거나 고립사(고독사)하는 문제는 이미 시행하고 있는 복지제도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지방정부도 적극 나서야 한다.

종교단체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지역상권이 대형매장에 붕괴되면서 기동력이 약한 노인들이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일본 다이신백화점 사례처럼 지역 상가와 연계하여 노인가구에 물품 배달을 하고 안부를 확인하는 제도도 효과적이다.

매일 아침 문안전화를 하는 자원봉사단체를 만드는 것도 좋다. 가정 내의 움직임을 확인해 전송해 주는 센서도 등장했다고 하니 이런 장비도 적극 개발하고 활용할 필요도 있다.

노인들끼리 서로 하루 두번 전화하기를 생활화하는 운동도 좋겠다. 이미 지방정부 중에 경기도는 KT&G 복지재단과 '홀몸노인 돌봄사업'을 시행하기로 하였다.

정부도 농촌마을에 공동생활가정을 보급하고 있다. 실속 있는 노인문제 대책을 위해 지방정부와 사회가 함께 나서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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