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이상 징후 '솥뚜껑 기우' 이길…
생태계 이상 징후 '솥뚜껑 기우' 이길…
  • 김성식 기자
  • 승인 2012.06.11 2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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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식기자의 생태풍자
김성식 생태전문기자<프리랜서>

지난 주말 한 지인으로부터 뜻밖의 말을 들었다. 보은에서 원앙을 전문적으로 기르고 있는 그는 "원앙 사육 30년만에 올해처럼 희한한 해는 처음 본다"며 혀를 내둘렀다. 얘기인 즉 야생 원앙이든 기르는 원앙이든 그들의 번식 패턴이 올해 들어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예년에 비해 산란기가 훨씬 일러진 반면 산란둥지 수와 둥지별 산란 수는 크게 줄어들었다는 게 주 내용이다. 다시 말해 예년에 비해 알을 낳은 시기는 일주일에서 보름가량 앞당겨졌으나 실제 알을 낳은 둥지 수와 둥지마다 산란한 알의 개수는 예년의 3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충청지역에서 원앙은 보통 모내기가 끝나갈 무렵인 5월말에서 6월초쯤 알을 부화해 새끼를 이소시키는 습성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올핸 모내기가 시작될 무렵인 5월 중순에 이미 새끼를 쳐 하천을 돌아다니는 원앙 가족들이 눈에 띄기까지 했단다. 또 번식기가 왔는데도 알을 낳지 않고 배회하는 원앙 부부가 유난히 많아진 가운데 무정란 수도 늘어나 부화율마저 크게 떨어졌다고 한다.

그는 근본적인 원인이 변덕스러운 날씨와 이상기온에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우선 산란율과 부화율이 급속히 떨어진 이유를 올 들어 부쩍 잦았던 천둥 번개와 우박, 돌풍 등 요란한 날씨요인으로 꼽았다. 번식기를 맞아 가뜩이나 예민해진 원앙들이 시도 때도 없이 내리치고 쏟아붓고 휘몰아쳤던 천둥 번개와 우박, 돌풍에 놀라 제대로 알을 낳지 못했거나 아예 알낳기를 포기했을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알을 낳아도 유정란보단 무정란을 더 많이 낳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풀이했다.

또 알을 낳은 시기가 앞당겨진 것도 최근의 이상고온 현상과 깊은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즉 봄철 이후 계속되고 있는 이상고온 현상이 일장(日長) 시간과 함께 호르몬 생성에 영향을 미쳐 산란기가 변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면서도 이 모든 징후가 원앙이 본능적으로 가지고 있는 날씨 예측력과도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다시 말해 원앙 자신들이 올해엔 번식도 이르게 하고 새끼 숫자도 많이 줄여야 할 만큼의 '그 어떤 조짐'을 느꼈기에 그 같은 행태를 보였다는 것이다. 여기에서의 그 어떤 조짐이란 '번식기간 중의 좋지 않은 날씨 낌새'를 의미한다. 한 마디로 심상찮다는 얘기다. 섬뜩한 얘기다.

그러나 아직까지의 날씨는 계속되는 가뭄과 이상고온 현상 외에 이렇다할 이변은 보이지 않고 있다. 장기예보에도 원앙의 번식 패턴에 큰 변화를 가져올 만큼의 기상적 이상징후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그의 말에 선뜻 공감이 가는 것은 필자 역시 올 들어 범상치 않은 징후들을 곳곳에서 보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필자는 올봄 멧비둘기와 꿩이 유난히 이르게 새끼 친 것을 목격한 바 있다. 뿐만아니다. 고라니 또한 한 달 이상 서둘러 번식을 시작해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하고 있다.

봄꽃과 여름꽃이 뒤섞여 한꺼번에 꽃망울을 터뜨리는가 싶더니만 양봉농가마다 생산되는 꿀이 예년에 비해 농도가 무척 짙어졌다는 증언도 올여름 날씨와 관련해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닌 듯싶다. 가뭄의 영향도 있지만 꿀벌들이 앞으로의 '큰 비'를 예견해 꿀을 짙게 모으고 있다는 말이 하도 수상쩍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이러한 징후와 주장들이 최근 잇따라 나오고 있는 올여름 날씨 전망과 관련해 한낱 '솥뚜껑 기우'로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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