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중계, 이렇게 끌려다녀서야
월드컵 중계, 이렇게 끌려다녀서야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2.06.10 2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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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천안(부국장)

국부유출이냐, 국민 시청권이 우선이냐. 종합편성채널, 이른바 종편 방송사의 브라질 월드컵 예선전 중계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발단은 중앙일보그룹(?)이 보유한 종편 'JTBC'가 지상파가 포기한 월드컵 아시아 예선 카타르전 중계를 하면서 시작됐다.

KBS, MBC, SBS 등 메이저 방송 3사와 아시아 월드컵 예선전 중계권을 가진 월드 스포츠 그룹(WSG)과의 중계권료 협상이 결렬되자 JTBC가 막후 협상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결국 중계권을 따냈다.

덕분에 국내 스포츠 팬들은 9일 새벽 1시에 열린 대 카타르전을 생방송으로 볼 수 있었다. 결과는 한국의 4대 1 대승. 2014년 브라질로 가는 월드컵 최종 예선의 첫 관문을 손쉽게 통과했다.

낭보이지만 이번 축구 중계로 울상을 짓는 곳이 있다. 바로 방송업계다. 국부유출이라며 지상파 3사가 대국민 호소를 하듯 중계 불가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했지만 몇 시간 뒤 JTBC에 뒤통수를 맞았다.

지상파 3사는 월드컵 예선전을 앞두고 WSG와 중계권 협상을 벌여왔다. 그러나 WSG의 무리한 고액의 중계권료 요구로 협상은 결렬됐다.

WSG가 요구한 중계권료는 무려 4600만달러(539억원). 2012~2016년까지 월드컵 및 올림픽 아시아 예선전과 아시안컵 등 최소 14경기에서 최대 20경기를 중계하는 조건인데 경기당 무려 30억원(평균)에 달한다.

우리 지상파 3사가 제시한 1510만달러(177억원), 경기당 12억원에 3배 가까운 액수다. 한국은 이전 2006년~2011년까지 중계권 계약(32경기)에서는 2150만달러를 냈다. 경기당 7억원대로 WSG는 당시보다 무려 4배나 비싼 중계권료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궁금한 건 JTBC가 과연 얼마나 중계료를 냈을까다. 경기당 30억원을 요구한 WSG가 거저 줬을 리는 없다. 방송업계는 경기당 10억원 이상, 그리고 중계로 인한 광고 수익 배분 등을 추정하고 있지만, 회사는 묵묵부답이다. 다른 방송사들이 쓰러져가는 종편에서 무리한 투자를 했다고 하지만, 보광그룹과 중앙일보를 등에 업은 JTBC로선 이번 이벤트로 얻는 무형의 수익이 투자액에 비해 훨씬 크다는 기대다. (하긴 시청률 저조로 죽을 쑤는 종편 처지를 감안하면 이번 JTBC의 홍보효과는 대단했다)

문제는 국부유출이다. 방송3사가 WSG같은 해외 마케팅 업체에 끌려다니지 않으려고 '코리아풀'까지 만들어 스포츠 이벤트 때 중계권료 협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JTBC는 얌체같이 막후에서 중계권을 따냈다.

이게 앞으로의 중계권료 협상을 더 어렵게 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레바논전까지 두 경기만 버티면 WSG가 결국 손을 들고 접점을 찾아 나설 것이라고 기대했던 방송3사도 허탈해하고 있다.

방송3사는 WSG의 제시액이 무리한 이유로 일본과의 중계권료 협상액을 들고 있다. 시청(視聽) 인구와 경제 규모로 봐선 일본의 5분의 1 수준이 맞는다는 논리다.

답답한 건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점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당연히 세계, 아시아의 축구 발전을 위해 중계권료에 대한 상·하한선을 제시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를 지금까지 방치, 항상 스포츠 마케팅사의 횡포를 묵인해왔다.

해당 국가의 방송광고 시장, 경제 규모를 반영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해야 한다. 이를 앞으로도 외면한다면 축구를 상업화하고 있다는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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