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관순 버리고 소서노 택한 이유는?
유관순 버리고 소서노 택한 이유는?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2.06.06 2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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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조한필 천안·아산(부국장)

소서노(召西奴)는 삼국사기에 백제시조 온조의 어머니로 기록된 사람이다. 그녀 이름은 '일설에 이르기를'로 시작되는 세주(細註)에 유일하게 나온다. 소서노가 일반인에게 알려진 것은 2006년 방영된 TV드라마 '주몽'을 통해서다. 주몽을 도와 고구려를 건국하는 역할을 탤런트 한혜진이 훌륭히 해내 그 이름이 시청자 뇌리에 강렬하게 남았다.

수년이 흘러 기억에서 사라지려는 순간 천안시가 소서노를 들고 나섰다. 내년 시 승격 50주년을 앞두고 야심차게 5억원을 투자해 만드는 창작뮤지컬 소재로 소서노를 고른 것이다. 몇 개월 전 천안시장과 시 간부들이 모여 결정했다고 한다. 뮤지컬 제작을 무용가 정모씨에게 맡긴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그리고 창작뮤지컬 제작은 예정에 없이 최근 업무를 시작한 천안문화재단으로 넘겨졌다.

시민들은 궁금하다. 드라마를 본 사람 말고는 잘 모르는 소서노가 왜 천안시의 첫 창작뮤지컬의 주인공이 됐는지. 드라마를 본 사람도 의아하긴 마찬가지다. 소서노는 백제보다 고구려 건국과 관련돼 주목받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시가 소서노를 천안과 연관지은 건 그녀가 천안에서 죽었다는 일부 향토사학계 주장을 근거로 한다. 저변엔 천안이 백제의 첫 도읍지라는 심증이 깔렸다. 알다시피 역사학계는 백제 첫 도읍지가 한강 유역이라는 통설을 받아들이고 있다. 일반 국민에게도 천안측 주장은 많이 알려지지 않아 생소하다.

그러나 천안시는 이제 백제 첫 도읍지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소서노를 천안의 대표 브랜드로 만들려고 한다. '역사는 먼저 차지하는 게 임자'라는 억지스러운 말이 있다. 이 말처럼 수년 전부터 전국 시·군들이 역사인물 끌어안기에 혈안이다.

논산시는 드라마'왕건'으로 견훤까지 뜨자 견훤묘로 전해지는 무덤을 서둘러 정비했다. 천안 향토사학계는 위례산성 남측 기슭에 있는 돌무지를 소서노 무덤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최근 발굴로 '환타병이 나오고 밑으로 물이 흘러 무덤이 아니다'라는 결론이 났지만….

소서노가 주몽의 고구려 건국을 도운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녀가 주몽과의 사이에서 온조·비류를 낳았는지 우태(優台)와 먼저 결혼해 온조·비류를 낳고 이후 주몽의 여인이 된 건지 확실치 않다.

대부분 후자에 무게를 싣는다. 그래야 주몽이 북부여에서 낳은 유리를 후계자로 삼자 온조·비류가 고구려를 떠나는 게 더 설득력 있다. 드라마도 주몽과 소서노를'재혼부부'로 설정해 드라마틱함을 더하고 있다.

이런 소서노가 아들과 함께 천안에 내려와 백제를 세우고 13년 후 나이 61세로 죽자 온조는 한산(漢山)으로 도읍을 옮겼다는 것이다. 뮤지컬은 전혀 알려진 게 없는 소서노의 13년 천안 생활을 스토리로 옮겨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창작뮤지컬은 당연히 지역성을 담아야 한다. 성남시는 남한산성, 경기도는 화성(수원성)을 소재로 삼았다. 모두 역사적 사실을 밑바탕으로 했다. 남한산성은 인조가 청에 항복하기 전 피난지였고 화성은 정조가 새로 성을 쌓고 아버지(사도세자) 무덤을 옮기면서 자주 들렀던 곳이다.

그런데 소서노는 천안 연고를 주장할 역사적 사실이 희박하다. 천안이 백제 첫 도읍지라는 주장도 아직 학계가 비중 있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뮤지컬 소서노는 시기상조다. 국민들도 고개를 끄덕이기보다 갸우뚱할 게 뻔하다. 천안을 상징하는 대표적 인물은 역시 유관순인데 왜 천안시가 유관순을 버리고 소서노를 택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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