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학과 폐지, 지역예술의 위기를 부른다
예술학과 폐지, 지역예술의 위기를 부른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2.05.28 2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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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연지민 <취재1팀 부장>

서원대 사태가 일단락 되면서 안정을 찾는가 싶더니 대학 구조조정을 이유로 6개 학과 폐지 문제로 또다시 들썩이고 있다. 급작스런 폐과 소식을 접한 대상 학과 학생들은 총장실을 점거하고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고, 동문들과 지역단체도 폐과 철회를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폐과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들고 나온 서원대 측은 현재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탈피를 위해서는 취업률과 이탈률, 신입생 지원율, 학과 재정지수 등이 다른 학과보다 낮은 6개 학과 폐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폐과 대상을 살펴보면 과연 교육철학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폐과 대상 학과는 컴퓨터교육과, 연극영화과, 화예디자인과, 음악학과, 미술학과, 독어독문학과 다. 문제는 6개 학과 중 4개 학과가 예술분야 관련학과라는 점이다. 창의적이고 상상력을 주입해 예술가로의 꿈을 키워가는 학생들에게 취업률이란 잣대로 학과를 폐지하려는 비상식이 교육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대학이 지성인을 키워내는 교육의 장이 아니라 직업인을 양산하는 취직대학교라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는 서원대 뿐만 아니라 전국 각 대학의 현실이 비슷하다. 대학 구조조정에서 1순위가 예술학과로 지목되며 폐과나 통합이라는 비운을 맞고 점차 대학 제도권에서 비인기 학과로 전락하고 있다.

실제 예술대를 운영하고 있는 청주대 역시 무용과가 사라진지 오래고, 충북대 또한 미술교육학과로 예술학과가 통합되어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경쟁사회가 경쟁대학을 부채질하더니 이제 배움의 길조차 단순하게 만들어 버리고 그 길을 가라는 꼴이다. 몰개성으로 몰아가는 교육의 단면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예술학과의 폐지와 통합운영은 결국 지역 예술의 기반을 흔들고 무너뜨리고 있다. 현재 지역에서 예술현장을 지키고 있는 예술인들을 보면 40~50대 예술가들이 주류를 이룬다. 지역 예술의 허리 역할을 해야 할 젊은 예술가들을 지역 예술현장에서 만나기란 쉽지 않다. 늘 변화하고 창의적여야 하는 예술적 특성을 볼 때 지역예술도 고령화 될 수밖에 없다는 고민에 빠진다.

젊은 예술가가 배출되지 않는다는 것은 문화산업 시대에 주역이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문화산업에 막대한 예산을 투자해도 이를 운영할 주체자가 없다는 것은 예술인재의 부재로 귀결되고 있다. 따라서 예술의 고령화는 활기없는 도시로 전락할 수 있다.

세계 전문가들은 미래사회는 창의력과 상상력을 지닌 인재로부터 창출될 것이라고 누차 강조하고 있다. 이는 예술인재가 한 나라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는 말과 상통한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의 최고 지성인을 배출한다는 대학에선 인재양성보다 직장인 양성이라는 당장의 코앞 현실에 급급한 실태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대학이 폐과나 통합과 같은 선택을 하기까지는 경영논리가 개입될 수밖에 없다. 학생의 등록금으로 운영하는 구조에서 수지타산이 맞지 않으니 폐과한다는 것은 당연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경영자의 논리이지, 백년지대계를 펼쳐야 하는 교육자의 철학은 아니다. 교육자는 시류에 따르기 보단 넓고 깊은 혜안을 가지고 당당한 미래의 주인공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선생은 천직이라 하지 않던가. 우리는 지금 천직인 선생을, 교육철학을 가진 교육가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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