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의 '섣부른 조정'이 두렵다
국토부의 '섣부른 조정'이 두렵다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2.05.23 2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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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조한필 부국장(천안·아산)

엄밀히 말해 KTX 천안아산역에 대한 택시사업구역 다툼은 천안·아산 두 도시 택시 사업자들(택시운전사 포함)의 문제다. 이해관계가 걸려 지난 9년간 서로 한 치 양보도 없이 대립해 왔다.

그 동안 시민들은 불편을 참고 원만히 해결되길 기다려 왔다. 오래 시일이 지나면서 현재는 KTX 개통 초기에 있었던 택시 이용 불편이 많이 사라진 게 사실이다. 이젠 견딜만 하다. KTX 역이름 분쟁 때처럼 대립으로 번지지나 않았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그런데 잊을만하면 택시공동사업구역 문제가 불거져 나온다. 천안 택시들은 천안시민들 불편을 내세워 아산 지역에 있는 천안아산역에서 영업을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한다. 아산 택시는 이 참에 천안·아산시를 공동사업구역화하자고 한다. 서로 받아들이기 힘든 주장이다.

충남도가 중재해 보려다 포기했고, 이젠 국토해양부가 나섰다. 최종 중재안이라고 내놓은 게 일단 천안아산역만 공동사업구역으로 한 다음,'일정 기간'이 지난 후 천안·아산을 한데 묶겠다는 것이다. 천안시와 아산시가 그'일정 기간'을 어떤 기준에 의해 얼마 동안으로 할 건지 합의하란 것이다. 국토부도 뾰족한 수가 없으니 가장 쉬운 해결책을 내놓고 가장 어려운 결정을 천안·아산시에게 돌린 셈이다. 그리고 공동사업구역화에 대한 합의가 다음 달까지 이뤄지지 않으면 직권조정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일정기간'에 대한 두 도시의 생각이 완전 다르다. 천안은 아산·천안 시가지가 연결돼 거대도시화하는 연담화가 이뤄졌을 때를 말한다. 최소한 수년이 흐른 뒤다. 반면 아산은 그렇게 전체 공동사업구역화가 늦어지면 천안아산역만 내주는 꼴이 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봐도 쉽게 결말날 일이 아니다. 그러면 정부가 최종 결정하겠단다. 모두 만족할만한 결정을 내놓을 수 있을까가 문제다. 어느 한 쪽이 불만족스러울 경우 예상치 못한 사태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정부가 나서 두 도시 사이에 또다른 불화의 불씨를 놓는 셈이 된다.

두 도시는 2000년대 초 수년 동안 KTX 역이름 때문에 극한 대립을 겪었다. 그 앙금이 아직 남아 택시공동사업구역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아산시는"아산 땅에 있는 역에 천안 이름이 앞서는 역 이름이 지어졌다"며 지금도 불만이다. 그런데 천안 쪽에선 그 역만 택시공동사업구역으로 하자니…. 만약 당시 '아산천안역'으로 역 이름을 지었다면 택시영업구역 문제는 벌써 풀렸을지도 모른다.

역 이름이 지어진 후 두 도시는 불편한 관계를 이어갔다. 이번 다툼도 서로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기 보다"우리 것은 안 내놓고 남의 것부터 뺏고 보자"는 심보를 앞세우고 있다. KTX역을 포함한 모든 기차역, 버스터미널 등 시민들 이용이 많은 지역만 우선 공동사업권역으로 하자든지 하는 절충안 도출은 애초부터 글렀다.

감정의 골이 깊으니 합의가 나올 턱이 없다. 시청 직원들끼리 상생 체육대회를 열거나, 시의회 의장들이 악수를 한다고 풀릴 문제가 아니다. 서로 양보하려는 협상 자세를 갖지 않는 한 공동사업구역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 정부가 섣불리 결정했다간 옛 상처만 덧나기 십상이다.

일단 접어둘 것을 제안한다. 국토부는 두 도시에 솔직한 심정을 물어봐라. 양자를 만족시킬 수 없다면 현상 유지를 원할 것이다. 시민들도 조금 불편하더라도 극한대립으로 치닫는 걸 보고 싶진 않다. 지금은 두 도시가 싸울 일을 만들 때가 아니라 서로 도울 일을 생각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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