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리다매 엑스포' 안되나요
박리다매 엑스포' 안되나요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2.05.20 22: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부국장(천안)
93, 7만8800, 10만, 55만, 1000만, 5조7200억 12조2000억. 이것들이 어떤 숫자일까요. 바로 지난 12일 문을 연 여수 세계엑스포의 여러 지표(指標) 숫자입니다.

 

 93은 대회 개최일이랍니다. 오는 8월 12일까지 열립니다. 7만8800은 엑스포로 기대되는 국내 고용창출 인원이고요, 10만은 대회조직위가 정한 하루 목표 관람객입니다. 55만은 외국인 관광객 목표치이고 1000만은 대회 폐막일까지 예상한 전체 관람객 숫자, 5조7200억은 엑스포 개최로 인한 부가가치, 12조2000억은 생산유발 효과를 말합니다.

그런데 벌써 개장 초부터 삐끗합니다. 조직위가 정했던 지표가 '불변(不變)'인 대회 개최일 빼고는 모두 틀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우선 관람객 숫자가 예상치를 턱없이 밑돌고 있습니다.

개장 첫날 3만5660명을 시작으로 이튿날인 13일 2만3947명, 19일 6만773명, 20일 5만여명 등 9일간 누적입장객 숫자는 34만여명. 하루 평균 3만7700명으로 목표치의 37.7%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지금보다 못살던 시절, 1993년 대전 엑스포 때 하루 15만명이 몰린 것과 비교하면 너무 참담한 성적이지요.

날씨 탓이다, 사람들이 혼잡을 피해 여유 있게 나중에 보려 하기 때문이다 등 조직위는 애써 자위하는 모습이지만 최대 피크로 예상했던 이번 주말에도 관람객 숫자는 하루 5만명대에 그쳤습니다. 나들이하기엔 매우 좋은 화창한 날씨였는데도 말이죠.

사실 목표 관람객 수 1000만명은 많은 게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좋은 행사가 열리는데 국민 모두가 봐야 하는 것 아닙니까. 언제 이런 기회가 다시 오겠습니까.

많은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역시 경제가 문제인가 봅니다. 서울·수도권 기준으로 4인 가족이 1박2일로 엑스포를 보고 오려면 최소 60만원이 든다고 합니다. 입장료가 성인은  3만3000원, 청소년은 2만5000원, 어린이는 1만9000원입니다. 외지 관광객들은 이틀 연속 입장이 가능한 2일권을 사는 게 낫습니다. 2일권의 가격은 성인 5만3000원, 청소년 4만원, 어린이 3만원. 주말에 초중학생 자녀와 함께 엑스포를 보려면 입장료만 18만원 정도 듭니다. 여기에다 먹고 자는 비용도 만만치않습니다. 취사 가능한 4인 기준 펜션 요금이 보통 15만원이 넘고 주말은 더 비싸집니다.

KTX 또는 버스를 타나 차를 손수 운전하고 가도 비용은 비슷합니다. 16만~20만원 정도죠. 5끼 식대가 적어도 20만원, 회 한 접시라도 먹고 오려면 30만원은 그냥 넘습니다. 아이들 기념품까지 사주려면 70만원 이상은 써야 합니다. 이러니 부모들은 고비용 엑스포 관람이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회 개최일이 불과 엊그젠데 벌써 여러 소리가 나옵니다. 제 값어치 못하는 비싼 입장권, 바가지 숙박료, 오랜 대기 시간 등 운영상 문제까지.

여수시와 조직위에 '박리다매 엑스포'를 권하고 싶습니다. 가뜩이나 생활경제가 어렵다고 난리들인데 입장료와 숙박료만 내려주더라도 그게 어딥니까. 텅 빈 엑스포장, 비어 있는 모텔 객실보단 낫지 않을까요. 얼마라도 관람비용 부담이 줄어들면 갈 사람은 많습니다.

박리다매로 인식을 전환하면 목표치 1000만 돌파도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그게 여수시도 살고 성공 엑스포로 가는 지름길이 아닌가 싶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