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123>
궁보무사 <123>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7.10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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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쿠… 아이쿠… 도대체 어떤놈이 감히 내게"
11. 소용돌이 속에서

"주중! 네 이놈. 넌 위 아래도 없느냐. 코 찔찔이 어린 녀석이 머리가 조금 컸다고 감히 어른을 몰라보느냐. 대체 네 놈이 누구를 믿고 이렇게 함부로 까부느냐"

참다 못한 장수 두릉이 크게 소리 내어 주중을 이렇게 꾸짖었다.

그러자 주중은 두릉의 꾸지람에 갑자기 당황하고 무안해진 듯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이며 도무지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바로 이때, 두릉의 커다란 등짝을 불이 번쩍 튀어나오도록 갑자기 후려갈기며 대갈일성을 지르는 자가 있었다.

"이 자식! 아직도 네 놈이 팔결성 장수인 줄로 아느냐"

곧이어 두릉의 머리와 어깨, 가슴팍 등등에 주먹질과 발길질이 소나기처럼 무수히 퍼부어졌다.

"아, 아이쿠! 아이쿠!"

두릉은 갑작스런 공격에 가벼운 신음을 내뱉기만 할 뿐 꼼짝없이 그대로 당하는 수밖에 없었다. 최소한 방어라도 하고 싶었지만 지금같이 온몸이 밧줄과 쇠사슬로 꽁꽁 묶여있는 무용지물의 상태에서는 모든 것이 허사였다.

그래도 그나마 퍽 다행스러운 것은 그의 급소 부분을 살살 피해가며 겉으로만 요란스럽게 때리는 척 하는 것이기에 두릉으로서는 충분히 참고 견딜만 하였다. 그러나 팔결성 장수가 이런 험한 꼴을 당한다는 것은 도저히 참고 견디기 어려운 모욕이 아닐 수가 없었다.

'도대체 어떤 놈이 감히 내게.'

두릉이 얻어맞는 와중에도 정신을 문득 차려가지고 상대 얼굴을 가만히 살펴보니 그는 뜻밖에도 장수 외북이었다.

"아 아니, 이 이럴 수가."

두릉은 순간 자기 두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외북은 두릉과 더불어 꽤 오래 전부터 팔결성의 군대를 서로 양분하여 지휘하고 있는 거물급 장수였다. 외북이 팔결성 주변과 미호강가 일대의 서남(西南) 방향 수비를 책임지고 있는 반면 두릉은 그와 반대편인 옥성(玉城) 방향과 동북(東北)쪽의 수비를 맡고 있었다.

이들은 얼핏 겉으로 보기에는 서로 경쟁관계요 대립각을 날카롭게 세우고 있는 것 같았지만 그러나 실인즉 둘도 없는 친구지간이요, 게다가 같은 사부(師父) 밑에서 무술을 함께 배워가며 젊은 시절 동고동락까지 했었던 동문 관계였다. 아니 여기에 한 사람을 더 곁들인다면 팔결성 대신 창리 역시 이들과 동갑내기 친구지간이었다.

이들이 사적인 자리에서 만나 술잔을 기울일 적마다 창리는 항상 이렇게 말하며 은근한 다짐을 받아내곤 했었다.

'지금 자네 두 사람은 팔결성 군대를 나눠 갖고 있고 나는 성주님의 총애를 받고 있는 대신이지만, 그러나 만약에 우리 세 사람 중에서 어느 한 사람의 힘이 갑자기 무너지던가 하면 반드시 큰 문제가 벌어지고 말걸세. 그로 말미암아 힘을 더 얻게 된 측이 혹시라도 반역을 꾀하지는 않을까하고 팔결성주님께서 의심을 하실 것이기 때문이지.'

'하하하. 맞아. 그건 맞는 말이야.'

'그러니까 우리들이 살기 좋은 이 팔결성 내에서 자자손손 오래도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아가기 위해선 어느 한 사람이 갑자기 뒤로 처지거나 앞으로 너무 나서는 모양새를 남에게 함부로 보여줘서는 절대로 아니 될 걸세.'

바로 이런 사연을 가지고 있기에 두릉은 지금 자기를 형식적으로나마 개 패듯이 마구 때리고 있는 장수 외북을 몹시 원망스럽다는 표정으로 빤히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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