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 만한 인성지도는 없어요"
봉사 만한 인성지도는 없어요"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2.05.14 2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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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스승의 날
충북도교육청 장기덕·김명철·양철기씨

에덴원 봉사 통해 인성교육 필요성 강조

제자·자식들에 더불어 나누는 삶 가르쳐

"학교폭력이 사회적 문제가 됐지만 봉사만한 인성지도는 없어요."

장애인 시설인 에덴원 봉사활동을 하는 충북도교육청 장기덕(교원학생지원과·55)·김명철(학교정책과·52)·양철기 장학사(산업정보평생과·46)는 일명 에덴원 삼총사로 불린다. 이들은 일하는 부서도, 학교에서 가르치던 과목도 다르지만 지난 2009년부터 에덴원 봉사에 함께하고 있다.

도교육청내 선교회 모임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지난 주말 에덴원에서 고추묘 1500포기와 고구마 모종 800여포기를 심은 탓에 아직도 허리를 제대로 펴기가 어렵다.

23년째 교직에 몸담고 있는 김명철 장학사는 봉사를 하면서 늘 건강하게 새롭게 태어남에 감사하고 있다.

제천 동중학교 재직시 문제 학생들을 장애인 학교인 청암학교 원생 교육봉사를 시킨 후 학생들이 방황하던 삶을 멈추고 목표를 세우는 등 변화된 모습을 지켜본 뒤 봉사를 통한 인성교육이 필요함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스승의 날이 되면 몇 해 전 세상을 떠난 제자가 그립다. 미국국적을 가진 제자가 고3 시절 국적을 두고 고민할 때 "조국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국방의무를 당당히 하라"고 조언했고, 제자는 선생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해병대에 입대했지만 불의의 사고로 전사해 지금은 대전현충원에 안장돼 있다.

김 장학사는 "선생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가지 않아도 되는 군대를 간 제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스승의 날이 다가오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28년째 교직생활을 하고 있는 장기덕 장학사는 남들이 제자 한 명 찾아올 때 두 명 찾아오는 제자를 보며 나름 교사로 잘 살고 있다고 여겼지만 봉사를 하면서 개인만족을 위한 삶은 아닌가 인생을 돌아보게 됐다고 말한다.

그는 두 아들에게 남과 더불어 살고 나누는 것을 죽기 전에 가르치고 싶은 생각에 후원단체 가입을 권유했다. 망설임없이 입대한 두 아들은 아버지의 뜻에 따라 군대에서 받는 봉급에서 매달 1만원씩 후원단체에 보내는 것을 보고 흐뭇했다.

어느 날 날아온 연말정산서에 아들 둘이 후원 단체를 추가해 지원하는 것을 보고 봉사는 억지로라도 가르쳐야 된다는 지론을 갖게 됐다.

교사로서 중학교를 중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5명의 제자를 포기하지 않고 졸업시킨 일이 생각난다.

장 장학사는 "무릎 꿇고 자식을 포기하지 말아달라고 애원하는 학부모들의 눈물을 보면서 일년동안 아이들과 놀고, 대화하고 공부한 결과 모두 졸업장을 받았다"며 "지금도 아빠라고 부르는 한 학생은 현재 대학원을 졸업하고 유학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유학을 떠난 뒤 초청하겠다는 제자의 말을 듣고 가슴이 뭉클했다는 그는 제자 바보임에 틀림없다.

교직에 몸담은 지 올해로 20년인 양철기 장학사는 지난해 9월 본청 근무를 하며 에덴원 봉사에 합류했다.

지난주 고추 모종 심을 때 고1인 딸과 동행했다는 그는 요즘 매주 딸과 봉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중이다. 그는 옥산초 재직시 보육원 시설인 혜능원 원생 10여명이 학교에 다녀 자연스레 봉사에 눈을 떴다. 혜능원에 있는 제자들을 집으로 초대해 함께 밥을 먹고 놀아줬다는 그는 "식판이 아닌 밥상에서 밥을 먹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 교육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행복한 가정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미래 가족의 모습을 꿈꾸고 롤모델이 있어야 방황하지 않고 어긋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고교생이 된 제자가 최근 전화로 "선생님 저 수련회 가요"라는 말을 듣고 누군가 챙겨줬으면 하는 마음을 읽은 그는 이것저것 챙겨주며 용돈 2만원을 제자의 손에 쥐어주었다.

에덴원에서 허리 펼일 없이 땅만 파도 좋다는 이들 삼총사는 자식 손잡고 봉사활동에 나설 생각에 주말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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