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울린 저축은행
서민 울린 저축은행
  • 남경훈 기자
  • 승인 2012.05.08 1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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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남경훈 취재1팀장(부국장)

3차에 걸친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일단락됐다. 다행히 충북지역 5개 저축은행은 영업정지 대상이 되지 않았다.

각종 매체를 통해 전해듣는 타 지역 고객들의 피해를 보면 남의 일 같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저축은행은 당초 서민과 소규모 기업의 금융편의를 도모하고 저축을 증대하기 위해 설립된 금융기관이다.

그러나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들여다 본 저축은행의 현실은 설립취지와는 너무도 동떨어져 있었다.

되레 서민을 울리는 금융기관이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2010년 말 전국 105곳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20곳이 영업정지됐다. 1차 구조조정때 부산저축은행 등 9곳, 2차 때 토마토·제일 등 7곳, 그리고 이번에 업계 1위 솔로몬 등 4곳이다.

업계 1위부터 5위까지가 모두 문을 닫았다.

다른 업종은 대마불사(大馬不死)일지 몰라도 저축은행 업계는 대마필사(大馬必死)였던 셈이다.

이렇게 대형 저축은행들을 하나같이 퇴출의 길로 내몬 건 부동산 PF대출이다.

고객이 맡긴 예금을 가지고 그만큼 위험이 높은 곳에 투자해 큰 이익을 노렸던 한탕주의의 결과였다고 할 수 있다. 잘 되면 이익을 자신들이 챙기고, 잘못 되면 손실은 예보로 넘기는 구조에 문제가 있었다.

여기에 경영진의 부도덕과 불법, 감독당국의 감시 소홀이 겹치면서 대규모 부실로 이어졌다.

이번에 문을 닫은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의 불법행위를 보면 금융 감독 당국이 어떻게 이런 인물이 저축은행 대주주로서 은행을 제맘대로 주무르도록 방치했는지 혀를 찰 노릇이다. 그는 자기 은행에서 다른 사람 이름으로 1500억원을 불법 대출받아 개인 소유 골프장·리조트 사업에 투자했다. 또 영업정지가 임박하자 지난 3일 우리은행에서 회사 돈 203억원을 인출해 빼돌렸고 그날 밤에는 현금 1200만원을 갖고 밀항하려다 배에서 붙잡혔다.

문제는 이 같은 저축은행 오너들의 불법으로 인한 손해를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물어내야 한다는 점이다.

이들 저축은행의 부실을 메우기 위해 들어간 돈은 1, 2차 구조조정에만 15조7000억원이고, 이번에도 6조원이 추가로 들 것으로 추산된다.

언제까지 저축은행들의 부실을 일반국민의 돈으로 메워야 하는지 한심하기 그지없다.

여기에 이를 감시 감독하는 금융당국도 할말이 없게 됐다.

지난해 구조조정때는 멀쩡하다고 넘어갔던 곳을 불과 몇 달만에 부실은행으로 낙인 찍어 문을 닫게 해 고객들은 헷갈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애매한 잣대에 억측·잡음만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혼란속에서도 두차례 구조조정의 학습효과로 고객들 대응은 한결 차분해졌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저축은행에 대한 불신은 더욱 깊어만 간다는 것은 간과하고 있는듯 싶다.

따라서 저축은행이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려면 영업권을 특정지역으로 좀 더 제한하거나 특정지역에 대출을 할당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이번 구조조정에서 자산규모 2000억원 안팎의 지역토착 저축은행이 거의 살아남았다는 것은 눈여겨 볼만하다.

내 돈을 내놓으라는 아우성, 굳게 내려진 영업점 셔터, 검찰에 불려가는 사람들 . 저축은행은 이헐게 서민 고객들에게 실망만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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