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은 '왕' 직원은 '종'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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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근섭 기자
  • 승인 2012.05.08 0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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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노동자 스트레스 극심 욕설·생트집·성희롱 예사
근평반영…대꾸 언감생심 청주 TM센터 확대 불구

근무환경·인권보호 열악

감정노동자들이 고객의 폭언과 과중한 업무량에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청주지역도 최근 기업 텔레마케터 등 감정노동자 고용이 늘고 있지만 이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청주의 한 인터넷서비스 업체에서 전화상담원으로 일하는 최모씨(23·여).

최씨는 하루 평균 80~100여통에 가까운 상담 전화를 받는다. 하지만 이 중 절반 가량이 장난이나 폭언 전화다.

성희롱 발언부터 생전 처음 듣는 욕설까지 최씨는 한 마디 대꾸도 못하고 속으로 삼켜야 한다. 화를 참지 못하고 고객을 응대할 경우 녹음된 통화내용이 근무평가에서 감점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월 110만원 가량의 급여를 받는 비정규직 최씨로서는 전화로 괴롭히는 고객이나 고객 편만 드는 회사도 서운하기는 마찬가지다.

청주의 모 통신사 전화상담원인 이모씨(25·여)도 쉴 틈 없이 반복되는 일과 업무상 고충으로 하루하루가 고통스럽다.

어른 목소리를 흉내내며 모바일 결제 승인을 요구하는 청소년의 전화부터 통신 서비스와 관련해 이씨에게 욕설부터 퍼붓는 고객들까지 상대하다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퇴사를 고민한다. 거기에 잠시 휴식을 취하려 해도 워낙 상담 업무가 많다보니 눈치가 보여 금새 자리로 돌아오기 일쑤다.

회사에서 마련한 휴게실이 있지만 이씨와 같은 신입사원에겐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다.

이처럼 감정노동자들의 업무상 스트레스가 몇 년 전부터 수없이 지적돼 왔지만 근무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

더욱이 청주에서는 지난 2009년부터 콜센터 지원체제 정비와 투자유치 활동을 펼쳐 전화상담 관련 고용이 확대되고 있다. 현재 청주에는 12개사 14개 TM센터가 운영되고 있으며 고용 인원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272명에 달한다.

이 처럼 청주가 전국 콜센터 중심지로 각광받고 있지만 감정노동자에 대한 각 사업장의 배려와 대책은 아직도 미미한 수준이다.

실제 지난해 인권위의 '콜센터 여성 근로자에 대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4%가 감정노동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으며 36.7%가 성희롱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성희롱 대처 시 고객에게 문제 제기를 하는 등 적극적 대응은 12%에 불과했다.

또 비정규직 비율이 90%에 육박하는 등 근무 여건도 전반적으로 열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인권위가 적절한 휴식시간과 휴게시설 확보 등의 근무환경 개선 고객과 마찰시 일관적인 대응기준을 담은 지침과 인센티브를 통한 관리 등의 업무 시스템 개선 여성감정노동자들을 위한 심리 상담실이나 고충처리전담기구를 상시 운영하는 방안 등을 제시한 '여성감정노동자들의 인권 가이드북'을 발간했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업장은 찾기 힘들다.

한 전화상담원은 "밖에서는 지역인력 채용에 적극적인 기업이라고 홍보하지만 감정노동자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며 "1~2개월 근무하다 이직하거나 퇴사하는 사람이 왜 끊이지 않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적극적인 배려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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