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속의 날씨 <26>
신화속의 날씨 <26>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7.07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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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우주를 만든 전능한 창조신 태양신 '라(Ra)'
   
▲ 이집트에서의 최고신으로 꼽히는 태양신 라(Ra)

 

하늘 여신이 동쪽 지평선에 낳은 출산의 피 상징하는 붉은 빛에 싸인 태양의 신 '라'

성경에 보면 여호와 하나님은 천지를 창조한 첫 날 가장 먼저 "빛이 있으라" 하고, 이어 해를 만들어 땅을 비추게 하였다. 이는 빛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생명체의 생존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햇빛 중에서 지구가 받는 부분은 전체 태양에너지의 약 20억분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빛은 매분 23조 마력의 힘으로 지구상에 쏟아져 내리며, 놀랍게도 이 양은 인류가 1년 동안 사용하는 에너지의 총량보다 많다.

태양은 이 에너지를 적외선, 자외선, 가시광선 등의 빛으로 보내며,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이 빛을 이용하여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어느 문명에서든 태양을 숭배하고 또 태양신을 으뜸으로 놓는 신화들이 많다.

이집트에서의 최고신은 태양신 라(Ra)로, 그는 모든 우주를 만든 전능한 창조신이다. 그에게 바쳐진 태양의 도시 헬리오폴리스는 이집트 남부지역에 있다. 이 지역의 사제들에 전해오는 태양신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이집트인들은 원시 세계가 큰 물(大洋)에 둘러싸여 있다고 보았다. 대양의 물은 만물이 태어나기 전의 혼돈(Chaos) 상태에서 생명의 근원을 품고 있는데, 깊이와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심연(深淵)을 가진 대양은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다.

이 대양 안에 아툼(Atum)이라고 불리는 온갖 실재를 내포하는 정령이 살고 있었다. 아툼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는 '가득 차 있다'를 뜻하는 어원에서 온 말이다.

아직 형태를 갖추지 못했던 대양 한가운데 있는 연꽃 봉오리 속에 '비존재'인 동시에 '완전성'을 뜻하는 아툼(Atum)이 누워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스스로의 힘으로 비존재의 밖으로 자신을 드러내었고, 태양신 '라'Ra로 태어났다.

태양신 '라'는 신 들와 인간들과 그 밖의 모든 존재를 만들어 세상을 창조한다. 태양신 '라'는 스스로의 수정(受精)을 통해 공기의 신과 비의 여신을 낳는다. 공기의 신과 비의 여신이 사랑하므로 이 둘 사이에 땅의 신과 하늘의 여신이 태어났다.

그리스신화에서는 땅의 신이었던 가이아가 하늘을 만들고, 공기와 세상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집트 신화에서는 태양이 공기와 비를 만들고, 공기와 비가 하늘과 땅을 만든 것으로 묘사된다. 이집트 신화가 기상학적으로 또 과학적으로 볼 때 더 타당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태양신 '라'는 자신의 손녀인 하늘의 여신이 어느 해 어떤 달에도 아이를 낳을 수 없도록 땅의 신과의 사랑을 금지했다. 그러나 이들의 안타까운 사랑을 밤마다 바라보던 달의 신이 하늘 여신을 돕는다. 하늘 여신이 달의 신과 체스를 두어 달빛의 72번째 부분을 따내게 만든 것이다.

하늘 여신은 이 빛으로 360일의 이집트 달력(태양력)중 어느 달에도 속하지 않은 새로운 5일을 만들었다. 이 5일은 태양신이 알지 못하는 시간이었다. 이 시간에 하늘여신과 땅의 신은 사랑을 나누었고, 둘 사이에 다섯 명의 아이들이 태어났다.

달력의 날짜를 태양년의 날짜에 일치시키기 위해 거기다 며칠을 보태는 윤일(閏日)에 관한 신화를 통하여 이집트 신화는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해준다. 즉 신화 속의 우주창조는 하늘과 땅으로 구성된 공간만이 아니라 시간의 존재와 흐름까지도 고려했다는 점이다. 얼마나 놀라운지 알 수가 없다.

이렇게 하여 이집트 신화에서 가장 중요한 9신이 만들어진다. 태양신 라(Ra)와, 공기의 신 슈(Shu)와, 비의 여신 테프누트(Tefnut), 땅의 신 게브(Geb), 하늘 여신 누트(Nut), 그리고 땅과 하늘 여신 사이에서 태어난 오시리스와 호루스, 세트, 이시스, 네프티스가 바로 그들이다. 이집트의 신화는 이들의 애증을 다루면서 환상적으로 펼쳐진다.

절대적인 신들의 황제인 태양신 '라'는 너무나 화가 났다. 자기의 말을 거역하고 손자들이 잠자리를 같이 해 자녀들을 낳았기 때문이다. 태양신은 아들인 공기의 신을 시켜 들러붙은 손자와 손녀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게 했다.

공기의 신이 땅과 하늘 사이로 들어오면서 하늘 여신은 위로 들어올려졌고, 그녀는 팔과 다리로 기둥을 삼아 땅위에 머물게 되었다.

한편, 하늘 여신을 사랑했던 땅의 신은 조금이라도 하늘 여신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자신을 들어올리려 애썼고, 올리고 뒤틀던 몸으로 인해 땅위에 산맥이 생겼다고 신화는 전한다.

원반을 머리에 얹은 매의 머리를 갖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지는 태양신 '라'는 인간 세계를 완전히 벗어나 하늘로 올라간다. 그는 낮의 열 두 시간을 하늘 여신의 구부러진 몸 아래를 따라 하늘을 누빈다. 낮이 끝나 서쪽 지평선에 다다르면 하늘 여신은 태양신을 삼킨다. 그리고 새벽에 하늘 여신은 출산의 피를 상징하는 붉은 빛에 싸인 태양신 '라'를 동쪽 지평선에 낳아놓는다.

태양신은 젊고 힘이 넘치던 시절에는 신들이나 인간들을 평화롭게 통치하였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젊음과 건강은 빛을 잃어간 것으로 보인다.

입 언저리에서 침을 흘리는 노인으로 묘사된 기록도 남아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이집트 신화의 중반부터는 '이시스'신이 태양신의 신비로운 이름을 물려받고 절대적인 권력을 누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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